
“이 정도면 우리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정착된 걸까요?” 종종 기업 관계자들에게 받는 질문이다. IR 자료를 정리하거나, PR 전략을 점검하면서 “이제는 충분히 다듬어진 것 같죠?” 하고 묻는다.
그러나 기업 커뮤니케이션에는 완성형이란 없다. 단지 오늘 가장 진정성 있고 전략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태가 있을 뿐이다. 시장은 멈추지 않고, 투자자는 매일 바뀌며, 언론은 다음 이슈를 기다린다. 결국 기업은 매 순간 '새로고침(F5)'을 누르며 자신을 다시 말해야 한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고를 마무리하며 지난 회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고 기업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늘 새로운 시각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지어 보고자 한다.
기업은 결국 관계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 위에서 신뢰는 쌓이고, 신뢰 위에 기업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설명하지 않는 것은 실패보다 더 위험하다. 침묵은 곧 의심이 되고, 의심은 투자 철회의 신호가 된다. 또한 말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용어 하나, 발표 톤 하나가 시장의 신뢰를 좌우하는 시대다.
기업은 또 '프레임 전쟁'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어떤 프레임으로 자신을 말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실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숫자도 중요하다. IR은 결국 예측 가능성과 재무적 신뢰의 언어다. 감성도 중요하지만, 수치 기반의 구조가 우선이다. 그리고 시장과 투자자를 나누어 살펴야 한다. 단기투자자는 뉴스에 팔고, 장기투자자는 신뢰에 사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어느 한쪽만을 향한 전략이 아닌, 양쪽을 이해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리더의 언어가 곧 기업 브랜드가 된다. 대표자의 말투, 어조, 표현 방식은 곧 그 회사의 철학이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말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는 태도, 눈빛, 제스처 하나가 신뢰의 전부를 좌우할 수 있다. 또한 조직 내부로도 시선을 돌려야 한다. 리더의 말버릇 하나, 중간관리자의 태도 하나가 협업을 만들고 팀 분위기를 바꾼다. 커뮤니케이션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먼저 단단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 마지막으로 '새로고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기업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다. 살아있는 유기체로, 그 이야기 역시 살아 있어야 한다. 어제 말했던 내용을 오늘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 '오늘 새로고침 한다면, 무엇이 새로울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지 정보의 업데이트를 넘어서, 기업의 성찰과 진화에 대한 질문이다.
새로운 것을 말하라는 건, 어제의 약속을 부정하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약속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설명하고, 성장의 맥락 속에서 연결시켜야 한다. 기업의 소통은 단기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신뢰 구축의 과정이다.
이쯤에서 '팬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BTS의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지를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결과나 콘텐츠가 아니다. '이어짐'이다. 소통의 지속성이다. 그리고 '함께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식시장도 다르지 않다. 투자자는 팬과 같다. 열렬한 팬이든, 가끔 지켜보는 팬이든, 주식을 사고 팔며 애정을 표현한다. 이들이 숫자에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태도, 대표의 말투, 성실한 대응, 약속의 이행까지 모든 요소를 관찰한다.
기업은 엔터 업계의 '아티스트'와 같다. 각각의 이름을 가진 기업들이 자신만의 콘텐츠와 스토리로 팬들을 만난다. 좋아하는 기업이 성장하고, 더 많은 팬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 그것이 곧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팬심이다. 팬들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그 이야기가 성장의 여정이든, 위기의 극복이든 상관없다. 다만 진심이어야 하고, 정직해야 하며,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살아 있는 이야기의 지속적 소통이다.
기록은 쌓이고, 스토리는 연결된다. 축적된 IR 자료와 보도자료가 쌓여도, 매번 시장에는 새로운 참여자가 등장한다. 어제 당신을 몰랐던 누군가가, 오늘 처음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그러니 결국 우리는 매일 '새로고침'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불안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기업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당신의 기업이 늘 살아 움직일 수 있기를 고대한다.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chloemoon@thecompani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