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B제도가 불필요한 수주경쟁 야기”
인센티브 폐지되며 국책연 사기 급락
잇달아 퇴사…민간기업 이탈 가속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한국은행 등에서 근무하는 고급 인력들이 잇달아 직장에서 퇴사하거나 퇴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는 민간에 비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데 반해 인센티브 제도마저 없어지면서 실력 있는 인재를 중심으로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복수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NRC)가 26개 소속 연구기관에 PBS 제도 폐지 이후 총액인건비가 고정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총액인건비는 직전 3개년도 평균 수준으로 고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PBS 제도는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할 경우 인건비 일부를 충당하도록 허용한 제도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7월 PBS 제도가 ‘불필요한 수주 경쟁’을 야기한다며 해당 제도 폐지를 공식화한 바 있다.
문제는 PBS 제도가 폐지되면 한국개발연구원(KDI)·국토연구원·산업연구원 등 경사연 소속 출연연 연구자들의 인건비가 고정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연구자 개인이 외부 과제를 수주해도 해당 과제는 ‘사업비’로 기관에 돌아갈 뿐 연구자 개인에게 돌아가진 않는다는 평가다. 국책연구원에서 일하는 박사 A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월급을 보전해주는데, 고급 연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경사연 측은 “아직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된 건 아니다”면서 “향후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한은에서는 우수 행원들이 세금으로 지원되는 해외 경영대학원(MBA) 연수에서 돌아온 직후 퇴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 좋은 직장으로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한은 내 직원 77명의 해외연수에 77억1800만원이 지원됐지만, 이 가운데 9명(11.4%)이 연수를 마친 뒤 조기 퇴사했다. 한은은 이 기간 매년 15~19명의 해외연수 인원을 선발해 석박사 과정 등록비와 체재비, 항공비 전액 및 월급을 지급해왔다. 연수 경쟁률은 평균 3.6대1로 내부에서도 ‘엘리트 과정’으로 불린다.
행원 B씨의 경우 1억9000만원을 지원받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2년간 석사 과정 연수를 마치고 지난해 복직한 뒤 이틀 만에 퇴사했다. 같은 금액을 지원받은 행원 C씨는 미국 듀크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와 10개월 뒤인 지난해 퇴사했다. 연수 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의무 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는 퇴사자들이 발생하는 등 해외 명문대 유학을 통해 업무 역량을 지원하는 제도의 본질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