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타고 세계로 퍼졌다...MZ 사로잡은 커피 비스킷 원조 [최종석의 차트 밖은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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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19 06:30 수정2025.10.19 06:30

93년 역사 벨기에 제과기업 로투스 베이커리(Lotus Bakeries) [Euronext: LOTB]

한국에서 커피 과자로 알려진 로투스 비스코프. 비스코프는 비스켓과 커피를 합친 말이다.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한국에서 커피 과자로 알려진 로투스 비스코프. 비스코프는 비스켓과 커피를 합친 말이다.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계피 맛이 나는 갈색 직사각형 모양의 비스킷 ‘로투스 비스코프’. 동네 카페에서 한 번쯤은 커피와 곁들여서 서비스로 받아보셨을 겁니다. 로투스 비스코프는 커피와 어울리는 비스킷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습니다.

로투스는 로투스 베이커리라는 회사의 이름이고, 비스코프(Bis+coff)는 비스킷(biscuit)과 커피(coffee)를 합친 이 회사의 브랜드입니다. 이름 자체가 커피와 잘 어울리는 비스킷이란 뜻이지요.

가정에서 만든 스페퀼로스 쿠키. 17세기부터 만들어진 벨기에의 전통 과자다. /마이셰프에이프런 홈페이지 캡쳐  ⓒMariska Ramondino

가정에서 만든 스페퀼로스 쿠키. 17세기부터 만들어진 벨기에의 전통 과자다. /마이셰프에이프런 홈페이지 캡쳐 ⓒMariska Ramondino

로투스 베이커리는 1932년에 설립된 벨기에의 제과 기업입니다. 비스코프는 원래 스페퀼로스(Speculoos)로 알려진 벨기에의 전통 비스킷입니다. 17세기부터 이 쿠키는 12월의 성 니콜라스의 날에 아이들에게 즐거운 간식으로 나눠주곤 했습니다. 성 니콜라스는 산타클로스의 유래가 된 인물입니다.

비스코프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한 항공회사 덕분입니다. 1980년대 미국 항공업계는 규제 완화 이후 경쟁이 치열해졌습니다. 항공사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가 절실했습니다.

비스코프는 델타항공 기내 서비스 쿠키가 되면서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델타 로고가 적힌 비스코프 비스킷.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비스코프는 델타항공 기내 서비스 쿠키가 되면서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델타 로고가 적힌 비스코프 비스킷.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고도 3만 피트에서도 향과 식감이 유지되는 과자입니다.”
델타항공은 당시 한 미국 식품 중개인이 제안한 비스코프를 기내 서비스 간식으로 내놨습니다. 델타 로고를 새긴 비스코프를 처음 접한 승객들은 그 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델타 본사에는 비행기를 탔던 승객들의 “어디에서 살 수 있느냐”는 문의 편지가 쇄도했습니다.

창업자의 손자인 잰 분 로투스베이커리 현 최고경영자(CEO)가 2011년 취임하면서 비스코프의 글로벌 확장은 속도가 붙었습니다. 그는 2009년 전무이사 시절 컨설팅회사 베인앤코와 파트너십을 맺고 비스코프의 국제화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비스코프를 활용한 치즈케이크. SNS에서 비스코프를 활용한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 QELEG 홈페이지 캡쳐 ⓒOliver Baker

비스코프를 활용한 치즈케이크. SNS에서 비스코프를 활용한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 QELEG 홈페이지 캡쳐 ⓒOliver Baker

분 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비스코프가 가진 독특한 맛, 긴 유통기한, 저렴한 생산 공정 덕분에 벨기에 시장 밖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습니다.

FT는 지난해 로투스 베이커리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Z세대를 사로잡으면서 세계적 업체로 도약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틱톡에서는 ‘비스코프 치즈케이크’, ‘비스코프 에스프레소’ 등 비스코프를 활용한 레시피가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인 밀카와 코트도르도 로투스 베이커리와 손잡고 비스코프 맛 초콜릿을 내놨다. /비스코프 베이커리 제공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인 밀카와 코트도르도 로투스 베이커리와 손잡고 비스코프 맛 초콜릿을 내놨다. /비스코프 베이커리 제공

비스코프는 네슬레 초콜릿,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맥도날드 햄버거 등 다양한 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협업은 100년 가까이 된 회사가 MZ세대에게 재밌는 브랜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비스코프로 만든 잼도 큰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절대 강자였던 누텔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누텔라에 버금가는 ‘악마의 잼’으로 소문나고 있습니다.

밋밋해던 비스코프 잼 용기(왼쪽)가 비스킷 모양을 살린 디자인 용기(오른쪽)로 바뀌었다.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밋밋해던 비스코프 잼 용기(왼쪽)가 비스킷 모양을 살린 디자인 용기(오른쪽)로 바뀌었다.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로투스 베이커리 매출은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023년 처음 연간 매출 10억 유로를 넘긴 후 2024년에는 12억3000만 유로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6억5733만 유로를 기록해 연간 매출 13억 유로 고지를 넘길 것으로 추정됩니다. 식품회사로서 실로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로투스 베이커리의 매출에서 비스코프가 차지하는 비중은 57%입니다. 베어, 네이키드, 트렉 과 같은 브랜드의 내추럴 푸드 부문이 25%를 차지합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내추럴 푸드(16%)가 비스코프(11%)를 앞섰습니다. 나머지 18%는 지역 식품 브랜드들입니다.

로투스 베이커리의 또다른 인기 상품인 트렉 프로틴바. 여기도 비스코프 협업 제품이 있다.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로투스 베이커리의 또다른 인기 상품인 트렉 프로틴바. 여기도 비스코프 협업 제품이 있다. /로투스 베이커리 제공

로투스 베이커리는 2019년 노스캐롤라이나주 메베인에 미국 내 첫 공장을 설립했고,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등 더 많은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2022년에는 방콕에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아시아 시장 개척에 본격 도전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대표 주식시장인 유로넥스트 브뤼셀에 상장된 로투스 베이커리의 주가는 지난 17일 8060유로로 마감했습니다. 2020년까지 3000유로를 오가던 주가는 작년 10월 1만2000유로까지 치솟으며 4년 여만에 4배 이상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평가 논란과 생산 능력이 한계로 인해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꾸준히 조정받고 있습니다.

로투스 베이커리의 5년 간의 주가. 최근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두 배 이상 올랐다. /구글 캡처

로투스 베이커리의 5년 간의 주가. 최근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두 배 이상 올랐다. /구글 캡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태국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공급이 1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내년 상반기가 성장 모멘텀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BoA 증권은 로투스 베이커리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 가격을 1만500유로로 책정했습니다. 현재 주가보다 32%의 상승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로투스 베이커리가 다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지 두고볼 일입니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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