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손님 한 명도 없어'…유령도시 '거북섬 살리기'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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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거북섬의 한 건물 1층이 모두 공실로 비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흥 거북섬의 한 건물 1층이 모두 공실로 비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넘쳐나는 공실에 유령도시로 전락한 경기 시흥시 거북섬에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유명한 볼거리인 '스카이헬릭스' 도입이 추진된다. 거북섬은 시흥시를 상징하는 거북이가 엎드린 모양으로 시화호에 조성된 32만5208㎡ 규모의 인공섬이다. 시흥시의 '거북섬 살리기'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흥 거북섬, 센토사섬 명물로 공실률 타개 노려

4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시흥 거북섬에 스카이헬릭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스카이헬릭스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 설치된 전망대형 놀이기구다. 주변이 개방된 기구에 탑승해 지상 35m 높이까지 올라가고, 정상에서 360도 회전하며 일대를 조망할 수 있어 '셀카 명소'로 인기가 높다.

스카이헬릭스 도입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시흥도시공사가 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흥시의회 관계자도 "이미 견적서를 받았고 이르면 연내 설치가 시작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공사 측은 "조속한 설치를 위해 관련 발주 계획을 검토하는 단계로, 최종 확정까지는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남았다"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이 사업은 심각한 공실로 인해 사실상 유령도시로 전락한 거북섬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됐다. 시흥시는 거북섬을 스페인 휴양명소 ‘코스타 델 솔’ 같은 휴양지로 만들겠다며 해양레저 복합단지 시설 개발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공실률이 높고 관광객도 적은 상태다.

싱가포르 센토사섬 대표 명소로 자리 잡은 스카이헬릭스. 사진=마운트페이버레저그룹

싱가포르 센토사섬 대표 명소로 자리 잡은 스카이헬릭스. 사진=마운트페이버레저그룹

"이미 90% 비었는데 그걸로 되겠나"…희망 잃은 상인들

거북섬 상가 공실률은 올해 1월 기준 87%에 육박했다. 3253개 점포 가운데 단 13%만 입점했는데, 그나마도 장기간 문을 닫고 폐업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까지 감안하면 실제 운영 중인 점포는 더 적다는 평이 나온다. 평일 낮 거북섬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통상 상가에서 1층은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가장 인기가 많지만, 거북섬 상가 1층은 대부분 공실이었다. 2층이나 3층으로 올라가면 운영 중인 점포가 1개이거나 아예 없는 건물이 많았다. 곳곳에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었고, 그나마 들어왔던 점포가 문을 닫고 떠난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음식점 관계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많다"며 "오션뷰를 내세운 프렌차이즈 카페와 해변 1층 편의점마저 버티지 못하고 짐을 뺐을 정도니 말해 무엇하겠느냐"고 한탄했다. 인근 개업중개사도 "임차인을 구할 수가 없고, 거래도 되지 않는다"며 "건물을 방치하느니 누군가 사용하는 편이 관리에도 낫다는 생각에 렌트프리를 선언한 상가도 다수"라고 말했다.

렌트프리는 임차인이 해당 공간을 일정 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임대인이 제공하는 혜택이다. 임차인은 가게를 열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관리비만 내면 되는 셈인데, 그래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층 상가 대부분이 비어 있는 거북섬의 한 상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1층 상가 대부분이 비어 있는 거북섬의 한 상가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흥시는 거북섬의 침체가 장기화하자 '거북섬 활성화 전담팀(TF)'을 구성해 관련 문제 대응에 나섰다. 인원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1만2000t급 아쿠아리움 조성을 추진하는가 하면 자전거족(族) 유치를 통한 상권 활성화를 위해 15㎞ 길이의 해안 자전거길도 조성하기로 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이달부터 시흥 웨이브파크 산책로도 야간에 무료로 개방한다.

다만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그간 관광 활성화 사업들이 줄줄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 개업중개사는 "지난해 시흥시가 유치했던 본다비치 뮤지엄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설비 공사를 이유로 문을 닫은 상태고 관상어 생산·유통단지인 아쿠아펫랜드도 빈 건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령섬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 대규모 상가가 포함된 주상복합건물도 신축 중"이라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낫다지만, 시설 몇 개 조성한다고 90% 가까운 상가가 비어있는 현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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