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기 발등에 총 쏘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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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자기 발등에 총 쏘는 美

1950년대의 마오쩌둥은 ‘우리는 감자 한 알조차 우주로 발사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그리고 인민이 먹을 감자조차 부족한 판에 우주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2003년 우주에 인간을 보낸 세 번째 국가가 됐고, 2007년 지상 미사일로 2m 인공위성을 명중시키는 묘기까지 선보였다. 시속 2만9000㎞ 속도로 날아간 그 미사일, 충돌 1초 전에 세 번이나 방향을 수정하며 정확하게 목표를 박살 냈다. 그 장면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90대 과학자가 있었으니, 첸쉐썬(1911~2009)이다.

의화단 사건 이후 미국은 중국에 엄청난 배상금을 뜯어냈다. 미국은 피해를 보상하고 남은 돈은 중국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중국 인재들의 미국 유학을 지원하는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미국이 가진 전가의 보도 ‘인재 빼내기’의 시현이었다. 그렇게 유학을 간 중국의 천재들은 졸업 후 미국에서 미국인이 돼 미국에 기여했다.

그 과정에 선발된 첸쉐썬은 당시 핫하던 항공공학을 선택했고,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에서 박사를 받고 10년 가까이 MIT와 칼텍 교수로 재직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로켓에 대응하는 연구팀과 핵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종전 후에는 미군 중령계급을 달고 독일에서 그들의 로켓 기술을 분석했고 독일의 최신 V2로켓을 가져와 그 기술을 미국이 흡수하도록 도왔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로켓 전문가로 성장한 첸, 1947년 영주권을 취득하고 1949년에는 시민권까지 신청했다. 그는 미국인으로 살며 미국에 기여하기를 꿈꿨다.

그러다 중국에 있는 아버지가 갓 태어난 손주가 보고 싶으니 잠깐 다녀가라고 연락했는데, 미국은 첸의 출국을 불허했다. 매카시즘이 한참이던 그 시절, 그가 공산주의자라는 고발이 들어온 것이다. 결국 기밀취급인가를 박탈당하고 가택연금까지 당한다.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 첸은 중국으로 완전히 귀국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그조차도 거부당했다. 아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중국은 6·25전쟁의 포로교환 과정에서 첸을 미군포로와 교환하자고 제안했고, 첸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기밀이 충분히 오래됐다고 생각한 미국이 1955년 출국을 허가한다. 출국장에 선 첸, ‘다시는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결연하게 선언했고 그 결심을 죽을 때까지 지킨다. 미·중 국교 정상화 후 항공우주학회에서 초청했지만 ‘먼저 당신들의 사과부터 받아야겠다’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칼텍의 옛 동료들이 그냥 얼굴이라도 한번 보자고 초청한 자리도 싸늘하게 외면했을 정도로 미국에 대한 원한을 평생 간직했다. 당시 첸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온, 아니 추방된 천재 과학자들이 200명 정도였는데 미국이 죽 쒀서 남 준 꼴이었다.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를 지켜본 마오 주석이 ‘우리도 저런 걸 개발할 수 있겠냐’고 물었고 첸은 15년을 요구했다. “처음 5년은 공교육을 정비해서 기초학문을 가르치고, 다음 5년은 응용학문을 가르친다. 그리고 설계와 제작에 들어가 5년 안에 발사한다. 그동안에 돈이고 인재고 달라는 대로 퍼부어 줘야 하고, 중간에 성과가 있냐고 물어보지도 말아야 한다”는 게 첸의 답변이었다.

마오 주석은 흔쾌히 승낙했고 ‘없는 살림’에도 자신과 똑같은 특1급 대우를 그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정확히 15년 뒤인 1970년 4월 24일,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된다. 첸은 밤잠을 줄여 핵폭탄과 둥펑이라는 미사일을 개발할 인재들을 양성해 미국에 깔끔하게 복수했다. 해군성 장관이던 댄 킴볼은 ‘첸에게 한 행동이 미국이 한 일 중에 가장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회상했고, 그 덕분에 지금의 중국은 우주정거장을 독자적으로 보유한 국가가 됐다.

미국을 만든 위대함의 비결이 ‘인재 빼 오기’에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는 그 바보짓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돌아가는 중국 천재들이 증가할 것이고 미국의 자기 발등에 기관총 난사하기가 재연될 판이다. 이참에 우리도 인재들을 좀 돌려받으면 좋을 텐데 ‘있는 살림’에 5년이라도 기다려줄 수 있는 깜냥 있는 ‘문과’ 정치인이 이 땅에 존재할까? 그나마 지난 한 달은 가냘픈 한 줄기 희망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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