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의 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충남대 총장 임용 당시 검증에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2018년 발표한 두 개의 논문은 그 직후 나온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과 연구 설계·결론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자 논문의 지도교수가 제자보다 먼저 발표할 수 없다”는 윤리 기준을 어긴 것이다. 대학의 연구 윤리를 책임지는 교육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가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한 서울 한남동 도로 부지를 팔아 약 1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또 소유 아파트를 한 대기업에 전세를 준 것과 관련해 해당 기업 변호사였던 아들이 회사에서 주거비를 지원받는 과정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들은 그 기간에 조 후보자 집에 주소를 둔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에게 부동산을 무상이나 헐값으로 편법 증여·임대했다는 의혹이 나온 상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코로나19 대응을 하던 시기 남편이 손 소독제 관련 주식을 사들였다. 고위 공직자인 아내의 직무와 관련해 이해충돌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소명이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간을 끌다가 ‘청문회 하루만 버티자’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 표결을 거쳐 임명된 김민석 국무총리도 재산 의혹이 커지자 청문회 때 밝히겠다고 했지만 정작 당일에는 어떤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총리와 달리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준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청문회 뒤 야당이 반대해도 대통령은 임명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의혹을 뭉개는 것은 고위 공직자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법률로 만든 인사청문회 자체를 형해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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