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5일 ‘내란 특검’의 2차 조사에서 무인기 북풍 공작 의혹, 체포영장 집행 방해, 계엄 국무회의 소집 과정에서의 직권남용,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등 구체적 진술과 증거가 확보된 혐의들도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뻔한 혐의조차 일절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뜻이다. 특검은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이 부인했다는 지난해 10월 무인기 평양 침투 지시 혐의와 관련해 특검은 “드론작전사령관에게서 V(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들었다” “V가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했다”는 현역 장교의 녹취록을 확보한 상태다.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드론사령부 등에 격려금을 보냈다는 사실도 이 녹취를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다. 무엇보다 군이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대북 군사작전을 대통령의 재가 없이 펼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윤 전 대통령이 올해 1월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김성훈 당시 경호처 차장에게 “국군 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하라”고 했다는 메신저 대화 내용도 확인돼 있다. 이게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부당한 지시가 아니면 뭔가. 실제로 경호처는 서울 한남동 관저 주변에 철조망을 치고 버스로 차벽을 세워 합법적 영장을 발부받은 공수처와 경찰의 진입을 저지했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경호처가 알아서 집행을 막았다는 뜻이 된다. 결국 경호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상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을 부인하면서 책임을 모면하려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출동한 군에 “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군 간부들의 진술이 쏟아졌지만, 윤 전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서 “의원이 아닌 요원” 등 궤변을 내놨던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결국 헌법재판소는 군 간부들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해 탄핵안 인용의 주요 이유로 삼았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서도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는 윤 전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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