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실버산업은 주거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받는 가운데 주거와 헬스케어, 여가 등을 융합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인복지주택, 실버타운 등 시니어 주거 산업에 대한 민간의 시장 진입은 비교적 활발한 편이지만, 비주거형 서비스 산업은 공급자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아직 국내 시니어 산업은 주거와 병간호를 결합하는 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화돼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트렌드였던 실버산업
프롭테크포럼 시니어스마트하우징협의회가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50’ 보고서를 내고,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니어 사업 유형을 분석했다. 시니어스마트하우징협의회는 2023년 8월 포럼 산하에 설립된 민간 협의체다. 테크 기반의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협의회를 구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을 주요 고객으로 삼은 사업은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1930년대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실버산업’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일본 정부 주도로 실버산업 육성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다만 과거 시니어 비즈니스는 장기적 수요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령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구매력이 낮아지고, 몸은 약해지기만 한다는 식의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다. 돌봄이나 안티에이징 등 획일화한 서비스만 나왔다.
2020년대 ‘베이비 부머’ 세대가 고령층에 포함되며 노인에 대한 인식과 사회 구조가 조금씩 달라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노년층은 건강 관리와 웰빙을 중시하고, 삶의 방식이 다양하다. 새로운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기존 거주지에서 지속 가능한 생활을
협의회는 시니어 비즈니스를 기존에 거주하던 장소에서 생활하도록 지원하는 AIP, 노화 불편을 지원하는 돌봄, 안전한 노화를 지원하는 에이징 영역으로 구분했다. 이 중 거주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산업은 AIP(Aging In Place) 부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는 AIP를 나이, 소득과 관계없이 자신이 살아온 집과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이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AIP 기술은 고령자가 자신이 살았거나 선호하는 장소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택 리모델링, 스마트홈, 의료 경보 시스템, 모빌리티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가령 스마트홈의 경우 조명, 콘센트, 연기 감지기, 보안 등 수많은 제품을 통해 고령자의 AIP를 돕는다. 해외 주요 기업으로는 벨기에 기업인 ‘노비’가 있다. 스마트 조명을 개발하는 업체로 조명에 인공지능(AI) 기능을 내장해 낙상을 감지한다. 넘어진 경우 사진을 찍어 가족 또는 간병인에게 보낸다. 또 동작 센서와 적외선 감지 기능이 있어 사람이 의자에 앉으면 자동으로 상단 조명을 켜준다. 일어나서 걸으면 바닥에 조명을 비추기도 한다. 프랑스 기업인 ‘조폴’은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해 낙상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호흡 부족 등의 응급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의료 경보 시스템도 중요한 요소다. 1974년 미국에서 설립된 ‘필립스 라이프라인’은 의료 경보 시스템 시장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정용 의료 경보 시스템, 모바일 의료 경보 장치, 낙상 감지 서비스 등을 월별·연간 구독 모델로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에는 65세 이상 고려자 등으로 핵심 고객층을 확대했다.
협의회에서는 해외가 AIP를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는 아직 민간 진출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포럼 관계자는 “시니어 하우징은 주택과 복지시설 사이에서 다양한 규제에 부딪히고 있다”며 “신규 사업자를 위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충분하지 않아 민간 진출이 적고, 공급자의 이해도도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5세 인구가 전 국민의 20%를 웃도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 세대에게 건강과 주거가 핵심 이슈입니다. ‘집 100세 시대’는 노후를 안락하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주택 솔루션을 탐구합니다. 매주 목요일 집코노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