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사전청약 단지의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는 가운데 과천시에서는 사전청약 지연 일정이 3년 앞당겨져 주목받고 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27차례에 걸쳐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며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 결과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일 LH와 과천시에 따르면 과천 주암지구 C1·C2 블록 본청약이 각각 오는 12월과 8월 진행될 예정이다. 주암지구 C1·C2 블록은 2021년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로, 2028년께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에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시절 주택 조기공급을 통해 시장을 진정시킬 목적으로 도입했으나 본청약 시점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일정 지연이 발생하면서 제도가 폐지됐다. 천연기념물 발견, 송전탑 이설 지연, 가스관 이설 등 다양한 이유로 지역에 따라 길게는 3년가량 본청약이 미뤄지면서 당첨자들의 불편이 커진 탓이다.
2028년으로 4년 미뤄진 청약…과천시, 2025년으로 조기화
신계용 시장은 "주암지구도 일정 지연을 겪었다"며 "LH가 2024년이던 본청약 시점을 과천시와 협의 없이 2028년으로 4년 연기한 바 있다"고 토로했다. 과천시의 하수처리장 용량 부족으로 새 아파트 하수를 소화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과천시는 사전청약 당첨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LH와 교섭에 나섰다.
신 시장은 "2022년 과천시장에 취임하고 하수처리장 부지를 확정했지만, 인허가와 공사 등의 과정이 있는 탓에 주암지구 일정에 맞춰 하수처리장을 완성하진 못하는 상황"이라며 "신설 하수처리장 완공 시점까지만 서울시에 하수 처리를 위탁하면 일정 지연을 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 실무자들이 난색을 보이며 하수처리 위탁이 어려워졌다. 결국 신 시장은 2023년 말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주암지구가 서울시 탄천물재생센터를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
신 시장은 "오 시장을 만나 어떻게든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을 꺼냈는데, 흔쾌히 그렇게 하자는 답이 돌아왔다"며 "오 시장이 수락하니 실무적인 논의도 급물살을 타서 일정 지연의 원인이던 하수처리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직접 담판에…LH '당혹'
하수처리 문제로 일정 지연을 확신하던 LH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고 신 시장은 전했다. 그는 "소식이 전해지자 LH에서도 깜짝 놀랐다. 일정 지연을 기정사실화하고 전력과 난방, 학교 등 기초 인프라 시설을 준비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때부터 LH가 인프라 시설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과천시도 일정 지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천시는 비고시 지역인 주암지구에 지역난방을 공급하고자 민간 사업자인 GS파워를 설득하는 한편, 첫 단지 입주 전까지 학교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청과도 협의를 진행했다. 사전청약 단지 입주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주암지구의 대토 사업자 토지 사용일도 2년 빨라졌다.
신 시장은 "주암지구에서 대토 사업을 하는 분들도 2029년부터 토지 사용이 가능해 은행 이자 부담이 막중했던 상황"이라며 "과천시와 LH가 하수처리와 전력, 난방 등을 해결하면서 토지사용일을 2029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당겨 대토 사업자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과천시가 주암지구 일정 지연을 막기 위해 LH와 만나 논의한 것만 27차례에 달한다는 전언이다. 시 관계자는 "LH 실무진으로부터 시장님이 주암지구 사전청약에 당첨된 것이냐는 질문도 받았다"면서 웃음지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LH와 공문으로만 소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천시 공무원들은 매번 담당자를 찾아가 대면으로 논의하고 확답을 받아온다. 이러니 과천시만 유별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시장은 "과천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는 만큼 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며 "그런 분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하려면 바쁘더라도 현장에 나가고 직접 점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현장에서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겐 미안한 마음"이라면서도 "분양가 상승 최소화와 위례과천선 주암역 원안 사수 등 남은 현안에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