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고공행진 세종시 아파트
전주보다 매매 0.49%, 전세 0.12% 올라
입주물량은 10년 전 물량의 5% 수준
“드디어 이전” 외지 투자자, 호가 올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행정수도 세종 이전 논의가 급부상하면서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까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아파트 공급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넷째주(지난 28일 기준) 세종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9% 늘었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다섯째주(0.51%) 이후 4년 8개월만에 최대 상승치다.
세종은 아파트 전세가격도 전주 대비 0.12% 오르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선호지역인 나성·어진동 위주로 (전세가격이) 상승하며, 세송 전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의 이 같은 집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으며, 전세가격지수는 보합을 유지했다. 서울의 강남구(0.19%), 서초구(0.18%), 송파구(0.18%)는 물론, 재건축으로 탄력을 받고 있는 과천시(0.28%)의 집값 상승세보다도 가파르다.
세종시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마을 6단지 한신더휴리저브 전용 84㎡(43층) 매물은 10억 5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지난 2월 같은 평형 5층 매물이 8억43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시장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세종시로의 국회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잇따라 공약하면서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침체기를 겪으며 세종시의 아파트 공급량이 계속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줄어든 물량에 개발호재가 겹치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의 예정 입주물량은 1035가구로 지난해(3616가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5년에는 무려 1만9081가구에 달했으나 2017년 1만5933가구, 2019년 8738가구, 2021년 7668가구으로 차츰 줄다 올해 1000여가구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의 미분양 문제도 해소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세종시의 ‘준공 전 미분양’은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0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부산(2051호), 대구(5925호), 대전(1289호), 광주(950호), 인천(969호), 울산(2816호) 등 광역시의 ‘준공 전 미분양’ 물량이 전체 미분양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점과 비교된다. 때문에 지난 2월부터 세종시 부동산 현장에서는 저가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세종시의 주택 소유주 중 외지인 비율이 높다는 점 또한 가격 상승에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종시의 외지인 소유주 비중은 30.5%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세종천도론’ 호재를 노리고 투자한만큼 이번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세종시는 투자자 비율이 높아 행정수도 이전 호재에 가격이 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집주인들이 이전 기대감이 커지며 내렸던 호가를 올리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에는 부동산 급락에 따른 학습효과 때문에 가격 상승세가 문재인 정부 때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나왔던 2020년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누적 44.93%로 전국 1위를 기록했지만, 2021년부터는 -0.78%, 2022년 -1.26%, 2023년 -4.15%, 지난해 -6.46%로 하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