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NOW]
연애 예능 프로로 대리만족… 임장-공부-운동 데이트 선호
취향-관심 기반 소모임 주목… 데이트족 감소로 관련 산업 쇠퇴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된다. 각종 매체에서 ‘연애’가 인기 키워드로 부상하는 것과 달리 실생활에서 연애의 중요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4년 한 조사에서 20대 응답자의 24.5%가 삶에서 없어도 되는 것으로 ‘연인, 애인’을 꼽았다. 30대 이상이 ‘사회적 지위, 뚜렷한 취향, 학력·학벌’ 등을 선택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연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생활에서는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현상,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연애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이 연애에 기대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첫째, 낭만적 사랑보다 ‘성장형 연애’를 추구한다. 단순히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홍대와 성수동 같은 핫플레이스를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살펴보는 ‘임장 데이트’를 더 선호한다. 온라인 미팅 앱을 켜두고 함께 공부하거나, 정해진 요일에 만나 운동하는 데이트도 인기다. 연애를 즐기면서도 개인의 성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실용적 사고가 엿보인다.
마지막, ‘취향 기반 매칭’이 중요해졌다. 요즘 2030들은 소개팅에서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열어 추천 화면을 공유한다.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추천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상대방의 평소 관심사를 신속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X세대가 CD나 책 같은 애장품을 꺼내 보이며 서로를 탐색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이를 대신한다. 이런 변화로 인해 러닝 크루, 와인 모임, 독서 커뮤니티 등 관심사 기반 소모임이 새로운 만남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바웃 와인’ 같은 소개팅 겸 와인 모임이나 원티드랩의 ‘연애를 원티드’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이런 변화의 근저에는 젊은 세대가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 치솟는 물가와 주거비에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애는 곧 사치로 여겨진다.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간과 에너지, 비용이 따르는데 혼자 살아남기도 벅찬 현실에서 그런 여유를 허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제는 젊은 세대의 연애 회피 성향이 더 이상 그들만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데이트족의 감소는 영화관, 주점, 숙박업 등 연애를 전제로 한 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다. 데이트 코스인 영화관의 2024년 매출은 약 1조19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연인들로 북적이던 주요 대학가 상권에도 공실이 늘고 있다.2025년 연애는 ‘청춘의 특권’에서 ‘선택적 투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한다면 위축되는 기존 시장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개인의 성장과 효율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연애 플랫폼과 서비스를 상상해 보자. 변화하는 시대와 세대를 이해하고 알아야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떠올릴 수 있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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