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18년 간호한 70대 母, 뇌사 장기기증…4명 살리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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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8 10:43 수정2025.10.28 10:43

기증자 제맹순(76)씨 . /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제맹순(76)씨 . /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18년 동안 간호한 제맹순(76)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2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제씨가 지난 8월 16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장, 간장, 안구(양측)를 기증해 4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고 밝혔다.

제씨는 지난 8월 11일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됐다.

제씨의 가족들은 "평소 다른 사람을 돕던 착한 사람이기에 삶의 끝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기를 원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치료나 수술도 할 수 없이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기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경상북도 성주군에서 2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제씨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다. 취미는 뜨개질로, 자녀들의 옷을 손수 만들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제씨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보육원 방문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18년 동안 병간호하기도 했다.

제씨의 아들 김동훈씨는 "엄마, 아직도 집 안의 물건들을 보면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몸은 떠나셨지만, 엄마가 남긴 따뜻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게요. 이제는 모든 아픔 내려놓고, 그곳에서 편히 쉬세요. 사랑해요, 엄마"라고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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