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노래, 삶[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55〉

3 weeks ago 6

“이젠 나 자신을 위해 노래하려고요.”

―파블로 라라인 ‘마리아’

“음악은 불행과 고통에서 탄생하는 거예요. 행복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지 못하죠.” 전설적인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죽기 전 일주일의 행적을 영화화한 ‘마리아’에서 마리아(앤젤리나 졸리)는 음악에 대해 그렇게 말한다. 그는 또 “내 삶이 곧 오페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들을 합치면 마리아 칼라스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뉴욕의 가난한 그리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마리아는 어려서 가난 때문에 어머니와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 영화는 어머니가 불러온 독일군 장교들 앞에서 성매매하듯 노래 부르는 어린 마리아의 모습을 악몽처럼 그려낸다. 노래하면 할수록 떠올랐을 그 고통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 영화는 마리아를 통해 삶과 예술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의 화려했던 시절이 짧게 지난 후 마리아의 삶은 줄곧 곤두박질쳤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사랑 또한 비극이었다. 세상이 떠들썩한 연애를 했지만 끝내 결혼은 이뤄지지 못해 내연 관계로 남았다. 마리아의 말년은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채워졌다. 영화는 이 시기 마리아가 보게 되는 환영들 속에서 과거를 반추하면서, 끝까지 노래를 멈추지 않는 디바의 예술혼을 담아낸다.

“이젠 나 자신을 위해 노래하려고요.” 마리아의 말처럼 그녀에게 노래는 결코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집착과 생계를 위해 노래했고, 명성을 얻은 후에도 누군가를 위한 노래를 불렀다. 죽기 직전 그녀가 보게 되는 환영 속에서 끝내 자신을 위해 노래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노래든 삶이든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있을까를 질문한다. 아주 적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나를 위한 삶을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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