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창 ‘갑각류’ 중
나는 곧 있을 공연을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 성격에 대해 알고 나면 그런 사람이 어떻게 무대에 서느냐며 신기해했다. 또 무대 위의 내가 전혀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게 모두 ‘껍질’ 때문이다. 사실 나는 늘 긴장하지만 나름의 껍질을 만들어 두르고 있다. 작은 공연 위주로 활동을 제한한다거나 노래에 싱거운 농담을 섞는 것. 물론 안다. 이 껍질이 식은땀을 흘리거나 기절하는 것은 막아주겠지만, 내면의 더 많은 모습을 드러내는 데는 방해가 될지 모른다는 것을.
그러나 나이가 들며 껍질도 뼈도 없는 연체동물이 돼가는 느낌이다. 오해에 무뎌지고 약점을 들켜도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예전 같으면 이 문장도 언젠가 써먹을 무기로 잘 적어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비슷한 영혼이 대신 던져준 부드럽고 애교 있는 항변으로 읽었다. ‘너무 뭐라고 좀 하지 마세요. 나름의 뼈가 필요했다고요.’
김목인 싱어송라이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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