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은 선거운동 초반이라 각 정당의 공약이 완성된 수준으로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당이 앞다퉈 인공지능(AI)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므로,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 주도의 AI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로 데이터클러스터, GPU 중심 100조원 투자를 강조하며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AI 혜택이 돌아가는 '모두의 AI' 전략을 강조한다. 5만개 이상의 고성능 GPU를 확보하고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등 인프라를 단단하게 다져서 AI 3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접근을 하고 있다. AI를 콘텐츠 산업과 기후변화 대응까지 연계시켜 나가는 통합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로 모든 국민이 AI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100조원 규모 민관합작 AI 펀드를 제안하는 등 기업주도의 AI 확산, AI 생태계조성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발전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등 AI와 에너지 전략을 결합해 'AI·에너지 3대강국'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서 AI 산업 역시 시장의 주도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접근을 강조한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연계를 통한 기술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개혁신당에서는 규제개혁을 강조하고 있으며, 거액 직접 투자를 강조하는 기존 정당의 흐름을 추종하기보다 AI 산업 지원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정부 구조개혁과 오픈소스 기반의 산업별 특화모델 개발을 통해 AI를 산업별 특성에 맞게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AI 전문인력 양성에 관해서는 개혁신당이 초중고 수학교육 강화, 수학교육 국가책임제 검토 등으로 AI기초라고 할 수 있는 수학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미래 AI 인재의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AI 분야 청년인재 2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AI가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각 당은 앞다퉈 AI 관련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누가 당선되든 세 정당 정책의 장점을 조합해서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정책을 실행하기 바란다. 정량 목표치만 앞세우는 정책보다는 어떻게 그러한 목표를 이뤄낼 것인가 하는 방법론이 탄탄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AI 정책을 위해서는 국민의 세금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아직 수익모델이 불분명한 영역까지 기업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도 자중해야 한다.
GPU를 사용하지 않는 AI 모델이나 자원소모를 대폭 줄인 경량화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향후 AI 기술의 발전방향은 한국에 유리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한국을 선진국에 반열에 올려놓은 요인으로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를 꼽을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 그동안 한국 과학기술이 이뤄낸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이미 선수를 빼앗긴 AI 분야에서도 극적인 선도국가 추격, 나아가 추월을 이뤄내면 좋겠다. 첨단 기술 정책에서 만큼은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중용과 화합의 묘가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