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실 아래로 들어간다면 늘공(직업 공무원)들이 인기영합적인 예산안 편성이 이뤄질 땐,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대통령도 그 목소리를 경청해야만 기획재정부 분리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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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이데일리DB. |
박진(61)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기재부 분리론’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현 기재부의 예산과 경제정책 기능의 분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정책 공약이기도 하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기재부가 경제 기획을 하면서 한편으로 재정을 제어해 ‘왕 노릇’을 하고 있단 지적이 상당하다”며 “(기재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어서 남용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현 기재부 체제에서 예산 기능만 떼어낸 기획예산처가 국무총리실 산하가 아닌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편입됐을 때 나타날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적어도 늘공들이 직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원성 ‘쪽지예산’ 등 정치적 입김이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획예산처는 국무총리실 산하에서 정치 중립성을 지키고 전 부처를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김대중 정부 초기 기존 재정경제원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한 기관을 대통령 직속으로 뒀던 ‘기획예산위원회’(1998년)와 이후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겨간 ‘기획예산처’(1999년)에서 행정개혁팀장을 역임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국가 예산 편성 기능을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무총리실에 둬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했단 평가가 있다.
박 교수는 “정치권에선 재정 소요 사업을 하려고 할 때 기재부가 계속 막아 왔다는 불만이 깔렸다”며 “정치인이 단기적인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펼 때 정치 중립성이 있는 행정 공무원이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예산 대부분이 정치적인 목적 달성 위해 쓰이고 기재부를 분리한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교수는 ‘부처 내 업무 효율성 향상’ 차원에서 기재부 분리는 의미 있는 조직 개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산과 정책 기능이 통합되면서 단기적인 경제 이슈에만 기획예산 기능이 매몰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분리해 예산 사업의 장기적인 안목과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국방·의료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이슈를 관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지금의 기재부는 경제부총리 아래에 있기 때문에 전 부처를 총괄·조정해 예산과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경제’ 목적에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러면 예산 기능이 경제 정책에 예속돼 당장 눈앞의 경제 성장률·고용·국제수지·실업률 등 4대 지표에만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며 “예산 사업이라는 게 1년 내 단기 성과가 나오는 것은 거의 없다. 중·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사업에도 고루 쓰여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경제부총리가 복지부 장관에게 원격의료 하자고 제안하면, 복지부 장관은 왜 사회 문제에 관여하느냐고 할 수 있다. 전 부처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다른 부처와의 협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기획예산실을 국무총리실 산하로 둬 정치 중립을 지키고, 경제 조정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모든 이슈까지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기재부 쪼개기 비용(5년간 476억 소요 전망)과 관련해선 “부처를 쪼갠다고 해서 그렇게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많이 드는 것이 장·차관이 늘어나는 데 따른 임금 및 부대비용 정도다. 추계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기재부 분리의 효용을 고려한다면 해체 비용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964년 서울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KDI 부연구위원 △기획예산처(김대중 정부) 행정개혁 팀장 △국회미래연구원장 △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