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법원,원전 계약금지 가처분 취소…한수원 “신속계약 기대”(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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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행정법원, 계약금지 가처분 취소후 환송
‘24조 규모’ 한-체코 계약 법적 제약 사라져
본안소송 및 EU 조사 개시 불확실성은 여전
한수원 “결정 환영…체코 측 신속 계약 기대”

  • 등록 2025-06-04 오후 9:15:49

    수정 2025-06-04 오후 9:15:49

[이데일리 김형욱 김윤지 기자] 24조원 규모의 한국수력원자력의체코 신규 원전 2기 사업 계약을 가로막던 현지 법원의 가처분 명령이 취소됐다. 한수원은 한 차례 무산됐던 본계약 체결을 다시 추진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사진=체코전력공사 홈페이지)

4일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현지 보도에 따르면 체코 최고행정법원은 이날 앞선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의 계약중지 가처분 명령을 취소하고 이 건을 다시 지방법원으로 보냈다.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계약을 추진하던 체코 EDUⅡ와 한수원의 항소를 받아들여 본계약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EDUⅡ와 한수원은 지난 5월7일 체코 현지 신규원전 2기(두코바니 5·6호기) 건설을 위한 계약을 할 예정이었으나 체코 지방법원이 전날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주장을 받아들여 계약중지 가처분 명령을 내리며 무산된 바 있다.

체코 정부와 체코전력공사(CEZ)는 두코바니 5·6호기를 새로 짓기로 하고 지난해 CEZ의 자회사 EDUⅡ의 경쟁입찰을 통해 한수원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 본계약 협상을 진행해 왔었다.

그러나 유럽 내 신규 원전 사업을 뺏긴 프랑스전력공사(EDF)이 발목을 잡으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EDF는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입찰 과정이 불공정했다며 체코 경쟁당국(UOHS)에 조사를 신청하며 발목잡기를 시작했다. 또 올 4월 UOHS가 “문제없다”고 결론 내자 체코 지방법원에 소송과 함께 계약중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법원의 계약중지 가처분을 이끌어냈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 지방법원의 가처분 명령이 부당하다고 봤다. 법원이 공공사업과 관련한 계약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리려면 승소 가능성과 함께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고행정법원이 빠른 사업 추진을 바라는 체코 정부의 촉구를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다. 체코 정부는 앞선 지방법원의 계약금지 가처분 명령 이후 법원의 결정이 자국 최대 사업이자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핵심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빠른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황주호(오른쪽)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지난해 7월24일(현지시간) 체코에서 이 사업 발주사(EDUⅡ)의 모회사인 체코전력공사와 다니엘 베네쉬 사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수원)

이로써 한수원과 체코 측의 계약도 다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양국 정부와 업계은 지난달 본계약이 무산됐음에도 이 사업을 뒷받침하는 나머지 협약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이 사업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계약이 올 연말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지난달 27일 현지 언론을 통해 “계약은 늦춰질 수 있지만, 2036년 준공한다는 사업 일정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사업 추진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았다. 가처분 명령 해제와 별개로 EDF의 제소로 시작된 본안 소송은 이달 첫 심리를 시작으로 법적 공방이 이어질 예정이다. 체코 법원의 판결은 통상 1~2년가량 걸린다. 최악의 경우 본계약을 맺은 후 사업을 추진하던 중 본안 소송에서 패소해 계약이 취소되는 일이 생길 여지도 있는 것이다.

EDF가 체코 법원 외에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이 건에 대한 역외보조금 규정 위반 여부 조사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남은 불안 요소다. EU 집행위원회는 외국 기업이 자국 정부의 부당한 지원으로 회원국의 공공 사업을 맡는 걸 금지하는 역외보조금 규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EDF는 한수원이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낮은 가격에 입찰에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EU 집행위의 조사를 요청해 왔다. EU 집행위 역시 조사 여부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법적 걸림돌이 해소됨에 따라 빠른 계약 추진을 꾀한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해외 사업인 만큼 지연될수록 비용 부담이 뒤따른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다. 이번 입찰 결과는 K-원전의 경쟁력일 뿐 EDF의 주장대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지원의 결과가 아니라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며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새 대통령실과 함께 체코 측과의 협의와 이후 계약 추진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가처분 파기 결정을 환영한다”며 “체코 측에서 신속히 계약을 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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