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이적'에 뿔난 서울 팬들, 장례식 퍼포먼스에 버스 막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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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팬들, 집회·버스 막기로 기성용 이적에 불만 표출
김기동 "감독으로서 마음 무거워"
기성용, "누구의 탓도 아니다... 응원해 주시길"
구단, 팬들과 간담회 예정

  • 등록 2025-06-30 오후 7:23:46

    수정 2025-06-30 오후 7:23:46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기성용의 이적에 충격을 받은 FC서울 팬들의 분노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뜨겁게 타올랐다.

FC서울 팬들이 구단과 김기동 감독 비난하는 걸개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동 서울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FC서울 레전드’ 기성용이 포항 스틸러스 이적을 앞두고 서울과 포항이 맞대결을 펼쳐 크게 주목받았다.

2006년 17세의 나이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기성용은 2010년부터 유럽 생활을 한 뒤 2020년 7월 서울로 돌아왔다. 1989년생으로 선수 생활 황혼기를 맞이한 그는 김기동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되자 이적을 결정했고 포항이 손을 내밀었다.

서울에서만 10시즌 동안 리그 통산 198경기를 뛴 기성용의 첫 국내 이적이다. 냉정한 프로 세계에 영원한 건 없다는 시각과 구단의 미흡한 레전드 대우에 대한 불만이 맞섰다. 특히 서울 팬들은 과거 박주영, 이청용(울산HD) 등 유사한 사례를 언급하며 구단과 김 감독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앞서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데뷔한 박주영은 해외 생활을 마친 뒤 서울에서 뛰다가 2021년 울산으로 이적해 은퇴했다. 현재 울산에서 코치직을 맡고 있다. 이청용 역시 서울 출신으로 유럽 무대에서 복귀하며 서울이 아닌 울산으로 향했다.

경기에 앞서 일부 팬들은 FC서울 장례식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구단 행보를 지적했다. 킥오프 전 김 감독 소개가 나오자 야유했고 ‘헌신의 끝은 예우 아닌 숙청’, ‘자존심도 못 지KI는 무근본’ 등 기성용의 영문명 ‘KI’를 활용한 다양한 비판 걸개를 내걸었다.

FC서울 팬들이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앞에서 ‘FC서울 장례식’ 기자회견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중에도 계속해서 이번 이적과 관련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기성용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가를 부르는가 하면, 김 감독을 향해서는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이날 서울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오베르단이 퇴장당한 포항을 4-1로 대파했다. 지난해 김 감독 부임 후 첫 3골 차 이상 승리였다. 또 지난 3월 29일 6라운드 대구FC전(3-2 승) 이후 3개월 만에 안방에서 이겼다.

모처럼 안방에서 거둔 큰 승리에도 김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팬분들께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더욱더 경기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기성용이 마이크를 잡고 서울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성용과 제시 린가드(서울)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이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기성용은 종료 후 그라운드로 내려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너무 행복했다”면서도 “이런 모습으로 떠나는 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이 누구의 탓도 아니다”며 “나이가 들면서 기량적으로 부족해졌다. 언젠간 해야 할 이별이 조금 더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의 바람에도 팬들은 레전드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했다. 일부 서울 팬들은 김 감독과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를 막아 세우며 분노를 표출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김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쉽사리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고 경찰과 소방까지 출동했다.

김 감독은 확성기를 잡고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간담회를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전했다. 이후 팬들이 해산하자 선수단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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