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계상황에 몰리는 석유산업과 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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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계상황에 몰리는 석유산업과 전기요금

석유산업은 석유를 수입해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의 고부가가치 석유 제품을 만드는 정유와 석유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등을 이용해 플라스틱 등의 여러 합성 원료를 제조하는 석유화학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지만, 석유산업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석유 제품 수출액 기준 세계 5위 국가다. 국내에서 생산된 석유 제품의 60%를 수출한다. 작년 석유 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액을 합하면 983억달러로 반도체 수출액 1419억달러에 이어 2위다. 석유산업이 일자리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가 주력산업이란 얘기다.

2023년 한국 석유 제품의 세전 소비자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웬만한 산유국보다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의 가격이 싸다. 현재 한국의 석유산업은 경영상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4개 정유사는 영업이익이 대폭 줄거나 큰 적자 규모를 기록 중이다. 이들은 신규 투자는커녕 회사채 발행으로 빚을 늘리며 버티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 역시 적자에 시달리며 부도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인데, 미국발 관세 전쟁의 여파로 수요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원인은 중국 정부 등의 전폭적인 석유산업 지원에 기인한 우리의 가격 경쟁력 상실이다. 가격 경쟁력 하락은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 추세와도 관련이 있다. 2022년 1분기 ㎾h당 105.5원에서 올 1분기 192원으로 82% 올랐다.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의 인상률이 각각 37%, 31%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다. 해외는 다르다. 독일은 제조업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대 280억유로의 보조금을 집행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수출 활성화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최대 16% 인하했다.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 탓에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공급 원가가 가장 낮은 산업용 전기의 가격만 대폭 올린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국가들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요금 안정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결과적으로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한국 제2의 수출산업이 위기인데 정치권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집을 보더라도 석유산업의 위기를 해결할 해법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석유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의 한시적 면제, 수출주도형 국가 주력산업에 대한 별도 요금제 도입, 직거래가 가능한 분산에너지 특구 확대 등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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