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별 전기료 차등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1 week ago 4

[기고] 지역별 전기료 차등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발전소와의 거리나 전력자급률을 기준으로 지역마다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하자는 것이다. 발전소 인근 지역이 받는 피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요금을 할인하거나, 이를 통해 산업체 유치를 촉진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는 현실성과 타당성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발전소와의 거리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식(거리 비례제)은 전력 시스템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 전력은 특정 발전소에서 개별 소비지로 직접 전달되는 구조가 아니라 전국 단위의 통합된 전력망을 통해 공급된다. 전력망에 진입한 전기는 구분 없이 섞여 소비지로 공급되기 때문에 발전소가 가깝다고 해서 더 저렴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술적 현실과 어긋난다.

전력자급률을 근거로 요금을 차등화하자는 주장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전력자급률은 발전량과 소비량을 비교한 단순 지표다. 전력 공급 원가나 계통 안정화 비용 등 실제 전기요금 산정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하지 않는다. 특히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은 지역은 간헐성 때문에 추가적인 관리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전력자급률만으로 차등 요금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지역별 차등요금 때문에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기업이 이전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현실성이 낮다. 기업의 이전 결정은 전기요금보다 교통, 교육, 의료, 생활 인프라 같은 복합적 요인에 따라 이뤄진다. 소폭의 전기요금 차이만으로 지역 이전을 유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일부 지역의 전기요금 부담 증가로 이어져 지역 간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발전소 유치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거나 기존에 발전시설이 없는 지역 주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정책 도입이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31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지역별 차등제 도입이 한전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추가 비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충당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안 없이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따라서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는 정치권의 성급한 방향 설정보다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규제기관에서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금제 변경에 따른 장단점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현장에 미칠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섣부른 방향 설정보다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접근을 통해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된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