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극항로 개척, 명확한 목표 설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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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극항로 개척, 명확한 목표 설정부터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찾고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년간 많은 전문가가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북극항로를 국가적 혁신이자 새로운 전기로 만들려 한다면 단순한 항로 개척을 넘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수다.

북극항로 개척의 첫 번째 목표는 북방 외교와 비즈니스 관계의 복원이다. 북극항로의 약 90%가 러시아 연안 해역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강화된 서방의 대러 제재에 한국도 동참하면서 당시 활발하게 추진되던 조선, 자동차, 에너지 자원 분야의 협력 등이 거의 중단됐다. 러시아 측은 협력 중단의 책임이 한국에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목표는 에너지와 광물자원 공급망의 다변화다. 최근 이스라엘·이란 간 갈등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한 사례는 특정 지역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처가 얼마나 큰 위험을 내포하는지 보여줬다. 이 같은 관점에서 러시아 북극권은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주요 수송로로서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현재 북극항로가 기후 여건에 따른 운항 기간 제약과 인프라 부족으로 컨테이너 등 정기 운송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으나 에너지 자원의 부정기 운송은 이미 상당한 규모로 진행 중이다. 중동에 편중된 에너지 수입처를 러시아 북극권으로 확대한다면 리스크 분산은 물론이고 인접한 곳에서 더 저렴하고 신속하게 자원을 확보하는 이점까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목표는 국토 균형 발전의 견인차 역할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국토의 8분의 1에 집중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다행히 북극항로 개척과 연관성이 높은 에너지 및 광물자원 기반의 산업군은 대부분 동남권에 있다. 부산의 금융·교육·조선·수산, 울산의 석유화학·조선·자동차, 경남의 조선·기계산업은 모두 북극권 자원의 개발 및 운송과 직결되는 분야다.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나프타를 싣고 최초로 북극항로를 운항해 도착한 항만이 바로 광양항이었다는 사실은 이 같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북극항로에 대해 과도한 기대에 사로잡힌 시각도, 반대로 경제성과 환경 문제를 우려하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양쪽 논리 모두 일리가 있지만 우리나라가 직면한 지정학적 제약을 지경학적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북극항로는 분명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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