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4억달러(약 6000억원)를 받는다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13일 일론 머스크 X)
12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의 2025년도 ‘조달 예측’ 문서에 4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장갑차’ 사업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테슬라라는 단어가 삭제됐다. 해당 문서에는 당초 ‘테슬라 장갑차(Armored Tesla)’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었으나 13일 새벽 1시경 ‘장갑 전기차(Armored Electric Vehicles)’로 급히 수정됐다.
앞서 한국경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럼프 행정부 내 위상을 고려할 때 테슬라가 오는 9월 말 해당 계약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방산 진출한다…“美 6000억 ‘전기 장갑차’ 수주 유력” <한국경제> 기사 참조)
이후 뉴욕타임스(NYT) 등 일부 외신들은 이 조달 계약 건이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과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도 본인의 X에 “테슬라가 4억달러를 받는다는 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적어도 나한테는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며 해명에 나섰다. 국무부가 돌연 회사명을 삭제하면서, 단순한 사업명 변경인지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인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개정된 조달 예측 목록엔 향후 5년간 4억달러 규모의 ‘테슬라 장갑차’ 사업이 새로 등재됐다. BMW X5와 X7 장갑차(4,000만 달러) 및 전기 세단(4,000만 달러) 사업도 포함됐다. 최종 계약은 오는 9월 말 체결될 예정이었다.
미 국무부의 조달 예측은 공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개되는 문서다. 미 연방정부 기관들은 중소기업 등이 정부 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규모 금액의 계약 기회를 사전에 밝혀야 한다. 이 조달 예측에 포함된 계약이 반드시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예산,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테슬라의 어떤 모델이 장갑차로 채택될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사이버트럭이 유력할 것으로 봤다. 테슬라는 2023년 사이버트럭 출시 초기부터 강력한 성능과 차체 내구성을 강조했다. 스테인리스 강판으로 제작된 방탄 차량으로 최대 4990㎏을 견인할 수 있다.
실제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을 다양한 총기 공격 테스트에 노출하며 방탄 성능을 입증했다. 9만9990달러(약 1억4500만원)의 고가 트림인 사이버비스트는 공차중량 3t에도 제로백 2.7초(시속 100㎞ 가속에 걸리는 시간)에 불과하다.
사이버트럭은 작년 11월 대선 승리 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스페이스X의 텍사스 발사장인 스타베이스를 방문할 당시, 그의 호위 차량 행렬에 포함된 장면이 포착되면서 정치적으로도 주목받았다.
민주당 등 일각에선 스페이스X 등 머스크가 경영하는 회사들이 연방 정부에서 거액의 계약을 수주한 가운데 그의 DOGE 활동이 이해충돌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은 머스크 같은 특수직 공무원의 연방 정부 계약 수주를 금지하는 ‘일론 머스크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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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