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치매가 노화의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라고 오랫동안 강조해왔다. 청력 손실, 흡연, 비만, 과도한 음주, 사회적 고립과 같은 14가지 위험 요인과 고혈압을 관리함으로써 치매 발병의 약 절반을 줄이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게 이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또한 치료 받지 않은 고혈압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평생 동안 치매가 발생할 위험이 42%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는 고혈압을 잘 관리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의과대학과 중국 선양 중국의대 제1병원 연구자들은 21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혈압 환자 3만 4000여 명에 대한 4년간의 임상시험을 통해 혈압을 안정적인 범위 안에서 관리하면 뇌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항고혈압 치료는 비조절성 고혈압 환자의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비조절성 고혈압의 높은 유병률을 고려할 때, 이 효과적인 개입은 전 세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널리 채택되고 확대되어야 한다”라고 공동 저자인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 장 허 교수가 말했다.
치매 환자는 2019년 5740만 명에서 2050년 1억 528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에, 치매 치료는 전 지구적인 공중보건 문제다.
연구진은 중국 농촌 마을 326곳의 40세 이상 고혈압 환자 3만 3995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한쪽은 4년 간 집중적인 관리를 하고, 다른 쪽은 개인에게 맡겨 혈압 변화와 치매 발병률에 어떤 차이가 있는 지 비교했다연구진은 163개 마을을 집중 혈압 관리군으로 선정했다. 해당 마을에 거주하는 참가자 1만7407명은 의사는 아니지만 보건 교육을 받은 ‘마을 의사(村醫)’)로부터 집중적인 혈압 관리를 받도록 했다.여기에는 개인별 맞춤 용량으로 제공하는 무료 또는 저렴한 혈압 강하제와 체중 감량, 음주량 줄이기, 염분 수치 줄이기와 같은 생활 습관 개선 및 약물 복용을 지속하도록 돕는 건강 지도, 그리고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 제공 및 지침이 포함됐다.
나머지 163곳의 1만 6588명은 대조군이 돼 ‘통상적 관리’를 받았다. 생활 습관 개선을 권장했고, 일부는 혈압강하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가정용 혈압 측정기, 약물 복용 지도와 건강 지도는 받지 못 했다. 이는 대다수 고혈압 환자의 일반적인 환경과 비슷한 조건이다.
4년 후 참가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촌의의 치료를 받은 집중 혈압 관리군은 대조군에 비해 수축기 혈압이 평균 22.0㎜Hg, 이완기 혈압이 9.3㎜Hg 감소했다. 목표 혈압(수축기 130㎜Hg·이완기80㎜Hg) 수준에 도달한 환자도 더 많았다.
치매 환자는 집중 혈압 관리군에서 668명, 일반 혈압 관리군에서 734명 발생했다. 분석 결과, 집중 혈압 관리군은 일반 혈압 관리군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15% 낮았다. 추가 연구에서 집중 혈압 관리군이 치매 없는 인지 기능 장애 발생 위험 또한 1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는 혈압을 낮추는 치료가 비조절성 고혈압 환자의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 세계 치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상 시험에서와 같은 중재 방식을 채택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발견 뇌과학 센터(Centre for Discovery Brain Sciences) 소장 타라 스파이어스-존스 교수는 “이 연구는 노화 과정에서 뇌를 보호하기 위해 혈압과 기타 심혈관 위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다만 “고혈압 치료를 받은 사람들 중 일부는 그럼에도 치매에 걸렸기 때문에 고혈압 치료가 (치매를 예방하는) 완벽한 보장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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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고혈압 잡는 고칼륨 식품(논문과 함께 가디언,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참조)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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