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불안 앓는 한국 독거 성인, 자살 위험 558%↑… 40~64세 男이 가장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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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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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불안을 모두 겪는 한국 독거 성인의 자살 위험이 두 정신 질환이 없으며 동거 중인 사람보다 558%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살며 우울증과 불안을 앓는 40세에서 64세 사이의 남성이 자살 최고 위험군에 속했다.

성균관 대학교·숭실 대학교와 독일 베를린 샤리테 의과대학(Charité Universitätsmedizin Berlin) 연구진이 미국 의사협회 학술지(JAMA) 네트워크 오픈(Network Open)에 발표한 연구 결과다.

연구진에 따르면 자살은 매년 70만 명 이상의 사망을 초래하는 세계적인 건강 문제다. 한국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24.1명의 자살자가 발생했다.

독거 생활은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으로 부상했으며, 사회적 고립이나 정신 질환과 종종 연관된다. 사회적 고립은 정신 질환, 치매, 영양 불량,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부정적인 결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전 연구에서 밝혀졌다. 또한 외로움과 절망감을 악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심리적 상태는 자살의 선행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가족 구조의 변화, 다세대 가구의 감소, 그리고 이혼율의 증가를 반영한다. 혼자 사는 것이 사회적 고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구(개인이 아닌 한 국가, 지역, 특정 연령대 등의 대규모 집단)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을 대체하는 지표로 자주 사용한다. 독거 생활이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거주 환경(독거 또는 동거)과 우울증 또는 불안이 자살 위험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조사하기 위해 인구 기반 코호트(동일집단)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자료는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20세 이상 한국 성인 376만 4279명의 것을 사용했다. 자료가 불완전하거나 1년 이내에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제외했다. 참가자들을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2년 간 추적조사 했다. 거주 형태는 국가 등록 기록을 사용해 분류했다. 기준 시점에 5년 이상 1인 가구로 등록된 경우, 독거로 간주했다. 우울증과 불안은 전년도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청구 항목으로 확인했다. 자살 사망은 국가 사망 기록을 통해 파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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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376만 4279명의 평균 나이는 47.2세, 여성 44.2%, 남성 55.8%이다. 91.5%가 동거 중이었고, 8.5%(31만 9993명)가 혼자 살고 있었다.

그중 11만 2460명(3.0%)이 우울증을, 23만 2305명(6.2%)이 불안을 겪고 있었다. 연구 기간 동안 1만 1648명이 자살했다.

우울증과 불안을 모두 앓고 혼자 사는 경우 자살 위험이 55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앓고 혼자 사는 경우 자살 위험이 290% 증가했다. 불안을 안고 혼자 사는 경우 자살 위험이 90% 증가했다.

우울증이나 불안 없이 혼자 사는 경우에도 정신 질환이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자살 위험이 44% 증가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지만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자살 위험이 198% 증가했다. 불안은 있지만 우울증은 없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사람은 자살 위험이 64% 증가했다.

독거 남성과 40세에서 64세 사이의 혼자 사는 중·장년이 모든 집단에서 자살 위험이 가장 높았다. 우울증을 앓고 혼자 사는 사람 중 남성의 자살 위험은 332% 증가했고, 40~64세 독거 성인의 자살 위험은 502% 증가했다.

연구자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을 겪으며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살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두 질환을 모두 겪는 사람들이 가장 높은 위험에 처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관성은 생활 습관, 임상적 요인, 정신과적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중년 성인과 남성의 위험도가 가장 높았는데, 이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연구자들은 혼자 사는 것이 자살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확인된 심리적 전조인 절망감과 고립감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생물학적으로 혼자 사는 것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조절을 방해하고 전신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우울증, 불안, 그리고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우울증이나 불안을 겪는 사람들, 특히 중년층이나 남성과 같은 특정 인구통계학적 집단의 경우, 자살 위험을 평가할 때 거주 환경을 고려해 표적 개입하는 것이 자살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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