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연구에서 청력 손실이 심한 노인일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으며, 보청기를 착용할 경우 미착용 자에 비해 인지 저하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뉴욕 대학교 등이 수행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평균 나이 75세인 미국 성인 2946명을 최장 8년간 추적 관찰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연구 기간 동안 새롭게 발생한 치매 환자 3건 중 1명(32%)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청력 손실을 겪은 사람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청력검사를 통해 확인된 청력 손실만 치매 발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청력이 손실됐다고 설문에 응답한 경우는 치매 발병 증가와 무관했다.이에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자신의 청력 손실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자가보고가 아닌 의료시설에서 행한 정확한 청력 평가를 바탕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많은 노인의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는 2020년 5500만 명에서 2030년 7800만 명으로 42%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97만 명, 2044년에는 20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보건복지부 자료)청력 손실과 치매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청력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청력 손실이 사회적 고립을 심화하고, 높은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을 감소시킬 수 있다. 청력 손실은 또한 뇌의 ‘긴장’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청각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일상생활 과제를 수행하려고 할 때 느끼는 부담을 생각해 보라. 또는 청력 손실이 뇌의 기능이나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논문 제1저자인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제이슨 R. 스미스가 UPI 통신에 말했다.
반대로, 청력 손실과 치매의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공통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당뇨병과 같은 혈관계 위험 요인이나 단순히 노화가 두 질환의 근본 원인일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질환의 연관성을 인과관계로 설명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 저널(JAMA) 이비인후과-두경부외과학(Otolaryngology-Head and Neck Surgery)에 발표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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