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벵 아모림 맨유 감독은 26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 EPL 홈경기를 마친 뒤 팬들에게 ‘끔찍한 시즌’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사진출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페이스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의 후벵 아모림 감독(포르투갈)이 홈 팬들에게 비참한 시즌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맨유는 26일(한국시간)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애스턴 빌라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홈경기(2-0 승)를 끝으로 끔찍했던 2024~2025시즌을 마무리했다. 맨유는 승점 42위로 15위에 머물렀는데, 이는 클럽 역사상 가장 낮은 순위이다.
한 때 EPL을 넘어 유럽 전역을 뒤흔들었던 맨유이지만 지난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그컵 등 국내 모든 토너먼트 대회에서 좌절을 맛봤고, EPL에선 최하위권으로 추락하며 고개를 숙였다.
더욱 최악인 것은 유일한 희망이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놓친 것이었다. 맨유는 22일 스페인 빌바오 에스타디오 산마메스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토트넘(잉글랜드)에게 0-1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역시 자국에서 처참한 시즌을 보냈던 토트넘에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전 전패해 고통이 배가 됐다.
아모림 감독은 애스턴 빌라전을 마친 뒤 7만4000여 홈팬들 앞에 섰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 마이크를 잡은 그는 “우선 사과하고 싶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감사를 전한다. 시즌 내내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여러 분들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동시에 아모림 감독은 희망의 메시지도 전했다. “우린 과거에 얽매이지 않겠다. 지난 시즌은 아팠지만 과거의 일이다.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해 팬들의 환호와 큰 함성을 유도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일부는 아모림 감독의 발언 중간중간에 박수를 치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뒷짐을 지고 심드렁하게 일련의 ‘쇼’를 바라보고 있었다. 현지 매체들은 “(감독의 행동과 발언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이벤트를 통해 한 가지가 확실해졌다. 아모림 감독은 유임한다. 지난해 11월 에릭 텐 하흐 감독의 후임으로 맨체스터에 도착한 그는 끔찍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사라진 ‘승리 DNA’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모림 감독은 이러한 상황에서 ‘역대 최악의 팀’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선수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맨유 이사회의 입장은 분명했다. 아모림 감독에게 다시 기회를 주기로 했다. 천천히 리빌딩도 하고, 프리시즌도 정상적으로 보낸 뒤 다음 시즌의 반등을 기대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모림 감독의 리빌딩 작업은 일부 시작됐다. 꾸준히 제 몫을 해왔으나 정작 UEL 결승에서 후반 중반 교체 투입돼 실망한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에게 여름이적시장에서 새로운 팀을 찾을 것을 전했다.
한편, 맨유 선수단은 동남아시아에서 진행된 애프터시즌 투어를 위해 애스턴 빌라전을 마친 직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휴식보다는 금전적 손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 구단의 방침이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Copyright © 스포츠동아.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