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진욱이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원정경기 7회말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4선발 자리를 지키지 못한 좌완 김진욱(23)이 불펜투수로 나선 첫 경기에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김진욱은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경기에 구원등판해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실점의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4선발로 낙점된 김진욱은 선발투수로 5경기 1승3패, 평균자책점(ERA) 8.69(19.2이닝 20실점 19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WHIP) 1.83의 부진한 성적을 남긴 뒤, 지난달 2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재정비를 거쳐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그는 김태형 롯데 감독의 방침에 따라 당분간 불펜에서 기량을 끌어올려야 했다.
김진욱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영건 이민석과 박진 등이 선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비쳤기 때문에 당장은 돌아갈 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자신이 퓨처스리그에서 얼마나 절치부심했는지 보여줬어야 할 김진욱은 의도와 달리 불운과 실수 등의 변수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 김진욱이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원정경기 7회말 무사 2루서 삼성 이재현(앞)의 번트 타구를 잡아낸 뒤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물론 결과상의 숫자가 모두 담지 못 할 불운한 측면도 있었다.
첫 타자 김지찬과 승부에선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하고도 기분 좋게 출발하지 못했다.
김지찬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게 제구 된 유인구를 건드렸다 범타로 물러날 뻔했지만, 뜬공성 타구가 좌익수 빅터 레이예스의 글러브 끝에 맞고 떨어진 사이 2루까지 내달렸다.
낙구 지점이 모호했어도 레이예스의 타구 판단이 아쉬운 측면 역시 있었는데, 기록은 ‘좌익수 앞 2루타’로 남았다.
포수 유강남과 호흡에서도 물음표가 남을 만한 장면이 나왔다.
후속타자 이재현과 승부에선 김진욱이 초구로 시속 146㎞의 직구를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던졌는데, 몸쪽으로 앉으려던 유강남이 김진욱의 공을 맨손으로 막으려다 오른 어깨를 맞았다.
사인 미스로 볼 여지가 다분한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쉬운 선택이 된 볼배합과 실투도 잇따랐다.
후속타자 김성윤과 0B-1S 승부에서 하이패스트볼을 택했다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한 장면이 그 중 하나다.
이때 땅볼성 타구가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강하게 튀어 오르는 바람에 3루수 손호영이 이를 처리해줄 도리가 없기도 했다.
다만 김성윤으로선 어떻게든 공을 맞혀 인플레이타구만 만들면 발 빠른 3루 주자 김지찬을 얼마든지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진욱-유강남 배터리가 김성윤의 콘택트를 최대한 막으려 했다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교롭게도 김진욱이 공략한 스트라이크존 상단 중앙은 하필 올 시즌 김성윤이 0.462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구간이었다.
김성윤으로선 공을 맞히기 어려운 구간이 아니었던 셈이다.
롯데 김진욱이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원정경기 7회말 구원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결정적인 순간에는 실투가 나오기도 했다.
계속된 1사 1루서 펼쳐진 르윈 디아즈와 승부에선 0B-2S의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하고도 우월 2점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번에는 유강남이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지만, 김진욱의 시속 125㎞짜리 슬라이더가 디아즈의 몸쪽으로 반대 투구됐다.
디아즈에게 몸쪽은 올 시즌 상·중·하단을 가리지 않고 모두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이른바 ‘핫존’(hot zone·타자가 공을 잘 치는 구간)이었다.
이날 김진욱이 구위를 되찾았다고 볼 만한 장면도 분명 있었다.
디아즈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후속타자 김영웅~강민호와 승부에선 모두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하이패스트볼로 둘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김진욱이 주로 쓴 직구의 구속도 이날은 시속 147~149㎞에 형성될 정도로 힘이 넘쳤다.
이 구위를 더욱 요긴하게 사용하려면 김진욱이 외부의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투수로 성장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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