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자매 골퍼’가 많다. 자매가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경우도 수 차례다. 대표적으로 세계 랭킹 1위 넬리·제시카 코다 자매가 있고 모리야·에리야 쭈타누깐 자매는 팀 경기에서 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그 이전엔 안니카·샬롯타 소렌스탐 자매가 있었다. 올해 신인으로는 이와이 아키에·지사토 자매가 뛰고 있는데 심지어 이들은 쌍둥이다. 동생인 지사토가 먼저 우승했고 아키에는 아직 우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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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맥콜 모나 용평 오픈에서 고지우(왼쪽)가 우승한 뒤 고지원과 함께 한 기념 사진.(사진=KLPGT 제공) |
국내에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같이 뛰는 자매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박희영·박주영이 대표적인 자매 골퍼다. 박희영은 KLPGA 투어에서 3승을 올린 뒤 LPGA 투어에 진출했고 박주영이 2023년 10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279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신고하면서 국내 최초의 ‘자매 우승’을 달성한다.
이제 고지우·고지원 자매가 역대 2번째 ‘자매 우승’을 실현할지 관심이 간다. 언니 고지우는 올해 1승을 포함해 KLPGA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하고 있다. 고지원은 2일 강원 원주시의 오로라 골프&리조트(파72)에서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3라운드에서 버디 9개를 잡고 보기 3개를 범해 6언더파 66타를 치고,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2023년 KLPGA 투어에 첫 발을 내딛은 고지원의 첫 우승 도전이다.
고지원은 올해 드림투어(2부)에서 주로 뛰며 1부 투어 출전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정규투어에는 8차례 나와 한 번 ‘톱10’을 기록했다. 드림투어에서는 12개 대회에서 준우승 2회를 기록하는 등 상금 순위 3위에 올라 내년 정규투어 승격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고지원은 “(우승을 위해 ) 어프로치 샷을 더 보완할 계획”이라며 “특별히 우승을 의식하지는 않고, 1라운드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플레이하겠다. 특히 올해는 정규투어에 출전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출전한 대회에서 하고 싶은 샷을 마음껏 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투어 복귀가 사실상 확정돼 마음이 편해졌다며 “그 덕분에 정규투어에서도 더 편하게 스윙할 수 있다. 올해는 쫓기듯이 경기하지 말자는 목표로 시작했고, 1등이든 30등이든 같은 마음으로 플레이하자고 다짐했다. 그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지원은 “아직 챔피언 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언니에게 조언을 구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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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원(사진=KLPGT 제공) |
공동 2위에는 각각 7언더파, 8언더파를 몰아쳔 배소현, 성유진(14언더파 202타)이 올랐다.
배소현은 지난해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KLPGA 투어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인간승리’의 아이콘이 됐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배소현은 8월 더헤븐 마스터즈와 9월 KG 레이디스 오픈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시즌 3승을 차지했다. 이예원, 박현경, 박지영, 마다솜과 생애 처음으로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골프 기자들이 선정한 ‘기량 발전상’까지 받으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활약 때문에 올 시즌 큰 기대를 받고 시작했지만, 상반기는 예상 외로 조용했다. 14개 대회에서 모두 컷 통과를 하긴 했지만 ‘톱10’은 2차례에 불과했다. 그중 가장 좋은 성적은 지난달 롯데 오픈에서의 공동 3위였다. 상금 랭킹도 27위(1억 9112만원)으로 그저 그렇다.
그러나 배소현은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시즌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1라운드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공동 60위로 출발했지만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공동 11위로 뛰어올랐고, 이날 경기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며 우승 경쟁에 나섰다.
특히 배소현은 이날 306.7야드(280.4m), 302.4야드(276.5m), 303.1야드(277.1m) 등 300야드가 넘는 티샷을 3번이나 때려내면서 장타자다운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배소현은 이번 대회 1, 2라운드 평균 267.28야드(244.40m)로 출전 선수들 중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지난달 9월 KG 레이디스 오픈 우승 이후 약 11개월 만에 통산 4승을 달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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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현(사진=KLPGT 제공) |
세계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 디오픈 챔피언십을 참관하고 온 배소현은 “가서 보고 느꼈던 부분들을 코치님과 이야기하며 스윙을 보완하려고 했다. 1라운드까지는 어색했는데 2라운드부터는 더 과감하게 시도했고 그 점이 통했다. 교정했던 스윙과 퍼트 모두 익숙해지면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소현은 “전반기에는 경기 흐름이 좋다가도 끊기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컷 탈락 없이 중위권 이상에서 꾸준히 마무리했기에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흐름이 안 좋더라도 잘 인내하며 견디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상반기에 대해 평가하며 “선두와 1타 차이라서 더 적극적으로 우승 경쟁을 하고 싶다. 오랜만에 챔피언 조에서 플레이해서 기대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타 차 공동 2위로 통산 네 번째 우승 가능성을 부풀린 성유진은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오늘까지의 등수는 중요하지 않다. 최종 라운드가 끝났을 때 1등인 사람이 진짜 1등”이라며 “챔피언 조에서 다른 선수들 신경쓰지 않고 내 플레이에 집중해서 공격적으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허리 통증을 겪으며 미국에서 유턴한 성유진은 “올 시즌 목표는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는 것”이라며 “또 저를 믿어주는 스폰서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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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유진(사진=KLPGT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