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일본계 대체투자 자산운용사 ARA자산운용이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사옥 매입 목적으로 ‘통큰 가격’에 오피스를 인수한 사례들이 있었던 만큼 매도인과 매수인 간 가격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한은)의 금리인하가 기대되고,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 대형 기관들이 국내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만큼 고금리로 얼어붙었던 상업용부동산 시장도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 ‘사옥 목적’ 건물 매입…매도자·매수자, 협상 ‘시일’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RA자산운용은 브룩필드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작년 말 계엄 여파로 일시적으로 협상이 중단됐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 후로 정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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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IFC 건물 (사진= IFC) |
브룩필드는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IFC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자산은 IFC 오피스 타워 3개 동과 IFC몰로 총 4개 건물이다.
단지 규모는 연면적 41만5030㎡(12만 5767평)며, 5성급 호텔인 콘래드서울까지 합치면 50만6318㎡(15만3430평) 규모로 서울 시내 최대 상업용부동산으로 꼽힌다.
앞서 ARA자산운용은 지난 2023년 8월 IFC 5개 동 가운데 콘래드서울을 인수했다. 나머지 IFC 오피스 3개 동과 IFC몰도 사고 싶다는 의지를 브룩필드 측에 전달해 협의를 시작했었다.
다만 양측이 원하는 가격대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수년간 오피스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사옥 매입 등을 위해 가격을 높게 써서 ‘통큰 거래’를 한 사례들이 있었다. 고금리로 기관들의 오피스 투자가 주춤해진 사이 자금력 풍부한 기업들이 서울시내 알짜 사옥을 확보했다.
예컨대 △현대차가 인수한 서울 강남역 인근 ‘스케일타워’(현대차가 지분 50%를 2532억원에 매입) △패션기업 F&F가 인수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포인트 강남’(약 3436억원) △알레르망이 인수한 강남구 대치동 ‘T412 빌딩’(약 3227억원) △현진그룹이 인수한 강남구 삼성동 ‘선릉 위워크타워’(1470억원), 동작구 사당동 ‘케이스퀘어 사당’(1045억원) 등이다.
그 여파에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매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가 높아져 매수자들과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현재도 기업들의 자체 사옥 확보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강남권역 내 프라임급 오피스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강남N타워는 빗썸이, NC타워1은 과학기술공제회가 사옥 용도로 매입을 진행했다.
강남N타워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129에 위치한 지하 7층~지상 24층, 연면적 5만1126.31㎡(약 1만5465평) 규모 자산이다. 지난 2018년 준공돼 강남권역(GBD) 내 연면적 1만5000평 이상 오피스 중 가장 신축이다.
NC타워1은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에 위치해있다. 지하 7층~지상 15층, 연면적 3만912.79㎡ 규모다.
강남N타워 전경 (자료=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다만 한국은행(한은)의 금리인하가 기대되는 만큼 고금리로 얼어붙었던 상업용부동산 시장도 점차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동시에 이달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지난 2월 기준 1.5%)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낮출 것을 예고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연 2.7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따라서 과거 말씀드린 것보다 (5월) 인하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국내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것도 움츠러든 투자 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3월 국내부동산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로 삼성SRA자산운용, KB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3곳을 선정했다.
‘코어투자전략’은 저위험 저수익의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전략이다. 핵심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 리테일, 주거 등의 섹터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금액은 7500억원 이내며, 펀드별 2500억원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 지분율(출자비율)은 각 펀드별 약정총액의 50~75%다.
이어 우정사업본부(우본)도 국내 부동산 코어전략 펀드 위탁운용사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우본은 다음달 현지실사(본실사), 투자심의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펀드 규모는 최소 6000억원 이상이며, 이 중 우본 출자비율은 펀드 설정액의 85% 이하(5000억원 이내)다. 펀드 자금의 85%를 우본이 출자하기 때문에 사실상 우본 외 공동투자자 1곳만 모집하면 된다.
투자대상은 ‘오피스 및 물류시설 등’(코어 및 코어플러스 자산)이며, 오피스 비중이 50%가 넘는다.
또한 국민연금은 국내 부동산 중소형 위탁운용사를 오는 8월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위탁운용사 2개사에 총 5000억원 상당을 배정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의 부동산 투자자금은 대출, 코어 자산, 밸류애드 자산, 오퍼튜니스틱 순서로 풀리게 된다”며 “작년 국민연금의 부동산 대출 펀드에 이어 이번에 국민연금, 우본의 코어 자금이 풀리면 그간 얼어붙었던 시장에 거래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