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컨벤시아에 모인 APEC 21개 회원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여성의 경제 참여 확대 방안에 12일 합의했다. APEC 여성경제회의는 아시아태평양 회원경제의 여성정책 관련 리더들이 여성의 경제적 역량 강화와 성평등 촉진을 위한 정책 사례를 공유하고 국제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회의에는 APEC 회원국 장관급 수석대표와 실무자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돌봄 인프라·문화 개선 필요”
민관합동정책대화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돌봄체계 강화와 일 가정 양립’, ‘디지털·AI 기술 발전에 따른 여성의 경제 참여 및 대응’을 주제로 발표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돌봄의 가치 인정 및 돌봄 인프라 구축, 공정한 기술 접근성 보장, 디지털 기반 폭력 방지 입법과 피해자 지원 정책 강화 등을 촉구했다.한국의 현실과 정책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발레리 프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 경제학자는 “한국은 0~3세의 교육기관 등록이 OECD 평균보다 높다”며 “유아 돌봄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여성은) 출산과 직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헬스케어 대표는 “한국의 아동 돌봄 정책은 우수하다”면서도 “눈치가 보여 정책적 혜택 사용을 것을 주저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여성 경제 참여 확대 필요’ 공감대 확인
참가국은 여성의 경제 참여가 지속 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의의 의장을 맡은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개회사에서 “노동시장의 성별 격차가 줄어들면 2060년까지 OECD의 평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까지 상승한다”며 여성의 경제 참여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국장도 “기업들도 여성의 경제적 역량을 방치함으로써 충분한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공동 성명문에는 ‘여성의 역량 강화와 경제 참여 및 리더십 확대를 통한 성장’, ‘여성 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통한 안전한 사회’, ‘양질의 돌봄 체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21개국은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경력 단절 여성의 양질 일자리 복귀를 지원하기로 했다. 디지털·AI 산업에 대한 여성의 참여 확대, 돌봄 인프라 투자, 유연근무제 도입도 방안으로 제시됐다. 여성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에도 뜻을 모았다. 참가국은 디지털 기반 성폭력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젠더폭력 대응을 위한 피해자 통합지원 서비스 및 사법 공조를 강화한다는 내용에도 합의했다. 신 차관은 “이번 공동 성명문은 향후 APEC 내 여성 관련 의제 협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자 정책 결정의 지침이 될 것”이라며 “여가부 정책에도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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