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남부 ‘괴물 폭우’]
‘200년만의 폭우’ 충남 피해 현장
농장-축사 흙탕물 잠기고 車 떠다녀
일부 주민 “교량 공사 탓” 인재 주장
17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곡리 조림초등학교에 마련된 집중호우 대피소에서 만난 김상범 씨(51)는 새벽 천안에서 달려와 아버지를 대피시키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전국 곳곳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날 기자가 찾은 충남 피해 지역은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농장과 축사는 흙탕물에 잠겼고 차와 농기계가 물에 떠다녔다. 일부 축사에선 소들이 물에 갇힌 채 고립되기도 했다.
경찰차와 구급차,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하면서 미처 마을을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은 건물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려야 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하포리에서 40여 명, 성리 10여 명, 용동리 5명 등 총 50여 명이 옥상에 고립됐다. 구조대는 오전 11시쯤 보트를 투입해 지붕을 오가며 구조작업에 나섰다. 이순자 씨(71)는 “빗소리가 천둥 같았고, 대피할 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번 피해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고 주장했다. 김종규 하포1리 이장은 “그동안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이렇게 마을이 잠긴 적은 없었다”며 “한 달 전부터 마을 인근에서 교량 공사를 해왔는데, 그쪽 제방이 무너지면서 물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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