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괴물폭우 직격탄…서산 500㎜ 이상 쏟아져
홍성 400㎜·당진 380㎜ 등
기록적 폭우에 농가 쑥대밭
車침수·산사태 피해도 속출
18일 밤 남부지방에 거센 비
부산 시간당 최대 50~80㎜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지난 16일 밤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리면서 전국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비는 18일에도 중부 지방과 충청권, 전북 지역에 최대 150㎜ 이상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19일에는 남부 지역 등에서 3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밤부터 충남 서해안 일대에 ‘물벼락’ 수준의 비가 쏟아졌다. 충남 서산 지역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총 519㎜에 달하는 비가 내렸다. 평년(1991~2020년) 서산의 7월 강수량이 276.4㎜인 것과 비교하면 가공할 수준이다. 특히 이날 오전 1시 46분부터 1시간 동안 114.9㎜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의 강수량이다.
이 밖에도 충남 홍성 414㎜, 당진 377.5㎜, 천안 358.9㎜, 공주 355.5㎜, 세종 382.5㎜, 대전 199.4㎜ 등 충청권과 평택 263.5㎜, 안성 244.0㎜, 서울 139.7㎜, 인천 118.2㎜ 등 경기 남부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충남 지역에 유독 많은 비가 내린 것은 한반도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하고 남쪽에서는 고온 다습한 공기가 유입된 상황에서 비슷한 세력의 두 기단이 충남 상공에서 충돌했기 때문이다. 한란 경계에서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이 이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정체되면서 일대 강수 지속 시간이 길어졌고 극한 폭우로 이어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에서는 피해가 잇따랐다. 서산에서는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쏟아졌다. 한 침수 차량에서는 5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결국 숨졌다. 청양군 야산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했고, 예산군 예산대교 인근 농가 비닐하우스 등이 모두 물에 잠겼다. 이 밖에 토사가 유실되거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물난리를 겪었다.
경기 오산에서는 전날 오후 7시 4분께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인근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탑승자는 3시간여 만에 구조됐지만 숨졌다. 또 다른 승용차도 옹벽 붕괴로 차량이 파손됐으나 탑승자가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기상청은 앞으로 두 차례 더 전국적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17일 밤부터 18일 오전 사이 한란 경계에서 하층제트(대기 하층에서 강화된 빠른 바람)가 발달하면서 충청권과 수도권에 강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부 지방과 충청권에는 최대 150㎜ 이상의 비가 예상되며, 서울 등 수도권에는 시간당 최대 30~50㎜, 충남 일부에는 80㎜ 이상의 폭우가 예상된다.
비는 18일 낮 동안 강약을 반복하다가 밤부터 다시 강해지겠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열대 수증기를 품고 유입되는 강한 하층제트가 부딪히는 남부 지방과 남해안, 지리산 부근을 중심으로 최대 300㎜ 이상의 거센 비가 내리겠다. 전남·경남 남해안과 부산에는 시간당 50~80㎜의 물폭탄이 예상된다. 시간당 50㎜의 비가 내리면 도시 곳곳이 침수될 가능성이 있고, 80㎜는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반지하, 지하차도, 지하주차장, 하천 범람 지역, 산사태 위험 지역, 옹벽 등 상습 피해 지역에 대한 안전점검과 긴급 대응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미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 같고, 일부 침수 피해도 보고되고 있다”며 “국가의 제1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호우 피해를 입은 경우 신고·납부 기한 연장, 압류·매각 유예, 세무조사 연기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