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거주하는 한국인 권영준씨
미얀마 강진때 맞은편 건물에 있다
가족 위해 목숨걸고 구름다리 건너
SNS에 영상… ‘국민 남편’ 떠올라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태국 매체 타이랏TV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권영준 씨(38)는 “(아내와 아이를) 바로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이틀 전 지진으로 자신이 살던 방콕 시내의 고층 건물이 요동치던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뒤에서 누군가가 깅하게 미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권 씨는 50층이 넘는 방콕 시내의 고층 콘도미니엄 건물 2개 동을 잇는 구름다리가 지난달 28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규모 7.7 강진 여파로 붕괴되기 직전 뛰어넘는 장면으로 현지 유명 인사가 됐다.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지진 발생 당시 권 씨는 52층에 있는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맞은편 건물 30층에 있는 집에서 자신을 기다릴 가족에게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구름다리를 건넜다. 집에 도착해 아내와 딸이 이미 대피한 사실을 확인한 권 씨는 계단으로 1층까지 걸어 내려와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하루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 그는 여러 곳의 태국 및 해외 매체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선 권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을 두고 “인간은 놀랍다. 아무리 무서워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국민 남편’의 모범이다. 이런 남편을 둔 아내는 정말 행운”, “누가 한국 남자가 드라마에만 존재한다고 했나. 실제로 있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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