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4인이 말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과제’
“트럼프와 신속히 개인적 신뢰 쌓고… 美 가르치려 말고 협력 파트너로
中견제, 북핵 못잖게 우선순위 두고… 北과 관계 개선 서두를 필요없어”
3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 한국의 경제·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즉각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를 비롯해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시드니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정보분석관), 애덤 새빗 미국우선주의연구소(AFPI) 국장, 스티븐 코스텔로 퀸시연구소 연구위원 등 미국 싱크탱크의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이재명 정부가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관세 대응을 꼽았다.
이들은 또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한미관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가 대(對)중국 유화 노선을 취할 경우 한미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美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협력 파트너로”
미국 전문가들은 관세 문제가 새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했다.
관세 협상과 관련해 새빗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기업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적극 부각하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대거 늘리는 방안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뢰 관계를 신속히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교훈 삼아 미국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협력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환경 수요를 충족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을 계속 심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견제에 동참할 것을 요청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새빗 국장은 “한국 정부가 대중 견제와 한미일 협력을 북핵 못지않은 전략적 우선순위로 설정해야 한다”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더 통합적이고 강력한 역내 통합방위 체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는 대만해협 못지않게 중요한 전략 거점”이라며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과 일본 주도의 ‘원시어터’ 구상에 반대한다”고 했다. 사일러 선임고문은 “과거 진보 진영이 반일 정서를 국내 정치에 이용했지만 중국 견제와 북한 억지는 한미일 세 나라에 공통의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 “지나친 對中·對北 유화책 우려”
이재명 정부가 중국이나 북한을 상대로 지나치게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표방한 한미일 3국 협력 중심의 실용주의적 외교 노선이 집권 후에도 계속 유지될지를 두고 일부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게 나타난 것.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새 정부가) 과거의 대중, 대북 유화 노선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 딜’(핵 군축과 대북 제재 해제 교환) 같은 불완전한 합의도 주한미군 감축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일러 선임고문은 “미국은 어떤 변화도 한국의 억지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고, 당장 주한미군 감축설에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북한은 새 정부와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참모들과 여당 내 요구가 있겠지만 출범 초반부터 대북 관계 개선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코스텔로 연구위원은 “향후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방 안의 어른(the adult in the room)’ 역할을 빠르게 맡을 수 있다”며 “새 정부는 미국이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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