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 작정한 듯 머스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머스크가 자신의 감세 법안에 담긴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 내용 때문에 “화가 났다”면서 “그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머스크는 즉각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이 법안에서 전기차/태양광 인센티브 삭감을 유지해라. 대신 법안 속의 역겨운 특혜의 산더미도 내쳐야 한다”며 응수했다. 또 새로운 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머스크의 도움 없이도 손쉽게 승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머스크는 반박했다. 그는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라면서 “이토록 배은망덕할 수 있나”라고 직격했다.머스크의 반응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잇따라 글을 남기며 반격했다. 그는 머스크를 겨냥해 “그저 미쳐버렸다!”면서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머스크와 관련된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머스크는 곧바로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 즉각 철수 의사를 밝히며 맞섰다. 다만 이 발언은 몇 시간 후 철회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이 우주선을 이용해 우주인과 보급품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만큼, 우주선 철수 결정이 부를 파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다른 엑스 글에서 “트럼프는 ‘엡스타인 파일’에 (이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으로 수감됐다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범죄 사건과 트럼프 대통령이 연관됐다는 것이다.두 사람의 결별이 당장 트럼프 지지층 내부 분열을 부를 거란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갈등이 “트럼프가 구축하고 머스크가 후원해온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머스크의 기업들과 맺은 계약을 파기한다면 미 경제는 물론 안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방어망 ‘골든돔(Golden Dome)’ 실전 배치 구상을 밝혔는데, 골든돔 관련 사업의 많은 부분을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기업인 ‘스페이스X’가 수주할 것으로 전망됐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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