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추방명령 집행정지 놓고 충돌
사법부 결정 무시 행태에 대법원장 ‘일침’
18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두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사법부 결정에 이견이 있을 경우 탄핵은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확립됐다”며 “정상적인 항소심 절차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227년 전 제정된 전시법인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AEA)’을 적용해 불법 이민자 추방 명령을 내리고 260명 이상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이에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은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이 제기한 AEA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AEA는 국가 단위의 침략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의미한다”며 14일간 집행정지를 명령했다.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강제 송환이 적법한지 검토하는 동안 강제 추방 이민자들을 태운 비행기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그러나 항공기는 회항하지 않았다. 보스버그 판사는 정부가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스버그 판사에 대해 “급진적인 좌파 미치광이 판사”라며 “다른 많은 비뚤어진 판사들처럼 탄핵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보스버그 판사는) 선출된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대선) 일반투표를 상당수의 표차로 이기지 못했으며 7개 경합 주를 이긴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겼으나 불법 이민에 대한 싸움이 이번 역사적 승리의 첫 번째 이유”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나는 유권자들이 바란 것을 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는 악랄하고 폭력적이며 미친 범죄자가 미국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상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했으므로 사법부 결정을 무시해도 된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추방 일시 정지 명령에 도전하며 이른바 삼권 분립에 기반한 헌정 체제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로 평가되지만, 사법부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판 성명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성명을 두 차례 낸 바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의 망명 정책에 반대한 판사를 ‘오바마 판사’라고 비난하자, 로버츠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청렴성을 옹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2020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대법원이 중요한 낙태 관련 사건을 심리할 동안 “당신들이 일으킨 폭풍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발언했을 당시에는 “정부 최고위 관계자들로부터 나오는 위협적인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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