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방국들 잇단 흔들기
“美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도 위협”… 멕시코 약점 ‘펜타닐’ 물고 늘어져
NYT “협상기술로 새 무역규칙 써”
EU, 보복 시사… 막판 합의 기대감도
관세 발효 시점은 앞서 한국, 일본 등처럼 다음 달 1일로, 그전까지 미국과 합의하지 못하면 관세 폭탄을 맞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EU 등 오랜 우방들에도 관세 서한을 무차별 통보하며 통상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 “치열한 협상에서 판을 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압박 수단”이라고 평했다.
● NYT “오랜 동맹 관계마저 흔들 준비 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발송일이 11일로 적힌 서한 두 통을 공개했다. 수신자는 각각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많은 관세와 비관세 정책, 무역장벽 문제를 공통으로 제기한 뒤 이런 조치들이 미국에 심각한 무역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보는 무역적자가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라며 두 나라에 각각 30%의 상호관세 부과를 적시했다. 앞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14개국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25건(24개국+EU)의 관세 서한을 공개했다.멕시코에 발송한 서한에선 “멕시코는 여전히 북미 전체를 마약 밀매 놀이터로 만들려고 하는 (마약) 카르텔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며 “펜타닐 확산을 막는 게 우리가 멕시코와의 관계에서 직면한 유일한 도전 과제”라고 밝혔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사상 최대 규모의 펜타닐 압수 작전을 벌이고, 카르텔 조직원 수십 명을 미국으로 송환하는 등 미국에 협조하고 있음에도 마약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상대의 취약점을 최대한 물고 늘어져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는 EU와 멕시코를 겨냥한 관세 조치에 대해 “세계 무역 규칙을 다시 쓰려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랜 동맹 관계마저 흔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지난해 기준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양방향 상품 교역 규모는 9759억 달러(약 1346조 원)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상품 교역 규모는 8400억 달러(약 1158조 원).
이처럼 상대방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이 크다 보니 미국은 EU, 멕시코와 최근까지도 긴밀한 무역 협상을 이어왔다.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도출될 거란 기대감도 있었다. NYT는 “협상에 참여한 많은 EU 관계자가 협상 타결 직전에 다다랐다고 믿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30%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모든 상황이 급변했다”고 전했다. 멕시코 역시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국경 안보, 이민, 무역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에 체류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고율 관세 서한이 전격 공개되면서 EU와 멕시코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EU “필요하면 비례적 대응 조치”EU와 멕시코는 일단 다음 달 1일 관세 유예 시한까지 최대한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보복 조치 등 대응 방안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8월 1일까지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필요하다면 ‘비례적 대응 조치’ 등 EU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가 “양측의 기업과 소비자 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핵심적인 대서양 공급망까지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이날 X에 11일 서한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미국과의) 실무회의에서 이것이 부당하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썼다. WSJ는 멕시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셰인바움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피로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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