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문화재 관리 허술해 답답합니다”

2 days ago 4

금동관세음보살좌상 내달 日에 반환 부석사 원우 주지
한국인 절도범이 日서 훔친 불상
대법원 판결로 돌려줘야 해
日, 어디 모실지도 결정 못한 상황

“일본이 우리처럼 부처님을 진심으로 아끼며 관리할지 걱정이에요. 또 전처럼 무슨 일이라도 생기지는 않을지….”

지난달 31일 충남 서산 부석사(浮石寺). 이날 사찰은 ‘금동관세음보살좌상(사진) 100일 친견 법회’가 열리고 있어 647년 만에 귀향한 부처님을 보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고려 시대(14세기) 제작된 높이 50.5cm, 무게 38.6kg의 이 불상은 2012년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섬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쳐 와 팔려다 적발됐다. 이후 일본 측과 소유권 다툼 끝에 2023년 10월 대법원 판결로 돌려주기로 결정됐으나, 반환 전 불상을 모시고 법회를 열고 싶다는 부석사 측 요청으로 1월 25일부터 5월 5일까지 100일 친견 법회가 열리고 있다. 부석사 주지인 원우 스님은 “이제 한 달 정도밖에 안 남았는데 일본 측은 어디에 부처님을 모실지 결정도 못 한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애초 쓰시마섬 시립 박물관에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원우 스님은 “세계적인 추세가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환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원우 스님은 “세계적인 추세가 변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환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지난달 25, 26일 친견 법회 상황을 알리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일본에 가 쓰시마시와 박물관 관계자들을 만났어요. 저도 시립 박물관에 모시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간논지 주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하더군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박물관을 원하는데, 지역 주민들은 간논지에 모시길 바란다는 거예요.”

―간논지는 무인 사찰 아닙니까.

“상주하는 스님이 없는 사찰이지요. 주지도 다른 절 주지가 간논지 주지를 겸하고 있을 뿐이에요. 그런 곳에 부처님을 모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2012년 도난도 그렇게 허술하게 방치했다가 벌어졌는데…. 그런데 관리·보관 면에서는 박물관이 낫겠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그것도 흔쾌히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요.

“세계적으로 약탈 문화재는 취득 입증 책임이 소장자에게 있어요. 정당하게 취득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돌려줘야 하거든요. 일제강점기 때 유출돼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 있다가 80여 년 만인 지난해 4월 돌아온 석가불 진신사리(眞身舍利·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와 나옹·지공 선사 사리가 같은 경우죠. 박물관에 보관하면 오히려 한국에 돌려줄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니까요.”

―우리 대법원이 일본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습니까?

“타인의 물건이라도 일정 기간 점유했다면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보는 ‘취득 시효’ 법리에 따라 인정했는데, 그것과 약탈 문화재 반환은 별개니까요. 앞서 말한 석가불 진신사리도 취득 시효만 따지면 돌려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대법원 판결이 난지 꽤 됐는데, 정부 차원의 환수 노력은 있었습니까.

“아무것도 들은 게 없어요. 대법원 판결과 약탈 문화재 환수 노력은 별개인데…. 반환 절차도 원래 대전 국립문화유산연구원으로 갔다가 거기서 일본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연구원은 빠지는 것으로 변경됐어요. 어차피 갈 것인데 괜히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지…. 그래도 우리 문화재인데 좀 더 소중하게 여겨줬으면 하지요.”

서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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