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협상 대표단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디지털 교역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미 합의가 임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월 여 본부장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통상 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는 첫 한미 통상 장관급 관세 협상이다.
WSJ은 한국의 전자상거래 규제가 한미 무역 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지난달 한국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미국과 한국은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관세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구글, 쿠팡 등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에 대한 한국의 규제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협상이 더욱 복잡해진 상황이다.
USTR은 지난 3월 말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를 발간하는 과정에서 한국 디지털 무역 장벽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망 사용료,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 제한 등이 미국 빅테크 기업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미 양국은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은 USTR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디지털 규제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는 오는 8일 종료된다. 주요 교역국과 일주일 내 주요 협상을 마무리하긴 어려울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미국은 무역상대국과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곳에는 일방적으로 설정한 상호관세율을 서한으로 통보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재까지 영국과 베트남 두 곳에서 협상을 체결했다. 최근 발표된 베트남과의 무역 합의에 따르면 상호 관세를 기존 46%에서 20%로 낮췄다.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되는 환적 물품에 대해선 40% 관세를 부과했다.
WSJ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 단기간에 합의를 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 아시아 경제 관계자는 이 지역의 수출 주도형 경제가 미국과 중국 모두와 긴밀히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예슬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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