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
지금이 정부와 협상 골든타임
의정 갈등 핵심 당사자인 의대생들이 '내년도 증원 백지화만으로는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20일 정부가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을 발표한다. '필수의료 패키지'를 포함한 다양한 개혁 정책들이 담겼는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바로 실행되는 정책들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료계 강경파들은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다.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있을 뿐, 의료계 요구 사항을 정리한 공식 입장은 없다.
지난 주말에는 '20일 발표될 대책'이라며 이번 정책을 비난하는 속칭 '지라시'가 돌았다. '고혈압 환자를 치료하다 예후가 나빠지면 마이너스 수가가 적용된다' '개편된 지불제도는 내과 의원들이 재진 환자를 아무리 많이 봐도 돈을 못 버는 구조다' '의료사고 안전망과 관련해 의사 1명당 1년에 내야 하는 보험료는 3000만~4000만원 수준' 등이 대표적이다. 누가 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극단적 예시들이 대한민국 최고 지성이라는 의사들 사이에 공공연히 돌고 있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교수 A씨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을 포함한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가 무조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방향성이 맞다고 보고 의료계 차원에서 세부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논의해야 할 시점인데, 그저 '아니요'만 외치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A교수는 "정부가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겠다고 나선 이후 환자 이송이 전보다 원활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고 해결책을 찾아야지, 전면 철폐만 외치는 건 의료계에 아무 도움이 안된다는 걸 직시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금 의료계에 필요한 건 지라시가 아니다. 지라시를 만들어 그들만의 세상에서 돌려보고 분노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이제는 '무조건 아니요' 식의 대동단결 역시 효용 가치가 없다. '대한민국 의료체계가 망했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이젠 어떻게 하면 망하지 않을지 먼저 적극적으로 제언할 때다.
[심희진 과학기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