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열차에 도시숲까지
옛 기찻길에 다시 발길
포항·부산·울산 등 지역
새 단장으로 명소 변신
경북 포항시 북구 우현동에서 남구 연일읍 유강리까지 9.3㎞ 구간에는 도심 속 숲길이 조성돼 있다. 2015년 KTX 포항선이 개통된 후 옛 동해남부선 포항 구간이 폐선으로 방치되자 포항시가 2019년 철로를 활용해 만든 곳이다. 포항 철길숲은 총 21만㎡ 면적에 180종, 28만그루의 수목이 식재됐다.
16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 철길숲은 매일 2만8000명이 이용 중이다.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상권도 생겨났다. 철길숲 주변 지역에는 음식점,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면서 190개에 달하는 신축 건물까지 지어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철길숲 조성 이후 주변 골목상권에서는 4348억원의 소비 유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물단지 신세였던 철도 폐선 용지가 지역 명소로 재탄생하면서 지역 경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길고 좁다란 폐철도 용지가 도시 경관 개선과 휴식 공간, 관광자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면서 지역의 새로운 로컬 자원이 된 것이다.
포항 철길숲이 폐철로 활용의 성공 사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준공 이후 현재까지 포항 철길숲에는 전국 20개 기관·단체에서 8500여 명이 다녀갔다. 폐철로가 도시의 녹지 공간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여름철 열섬현상 완화와 미세먼지 저감 등 도시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포항 철길숲은 그동안 각종 국내외 도시 숲 분야 평가에서 7차례나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산림청이 선정하는 ‘아름다운 도시숲 50선’에도 선정됐다.
울산시 북구도 옛 동해남부선 폐선 용지를 활용해 ‘도심 숲’ 조성에 가세했다. 경북 경주 시계부터 송정지구까지 길이 6.5㎞ 구간에 13.4㏊ 규모로 도시 숲을 조성 중이다. 현재 1단계(길이 1.6㎞)와 2단계(길이 3.6㎞) 공사는 마무리됐고 올해 안에 3단계(길이 1.3㎞)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폐선 용지를 활용해 해양 관광 명소로 만든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옛 동해남부선 철도용지를 활용해 만든 해안열차인 ‘해운대블루라인파크’다. 이곳은 연간 27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부산 대표 관광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 중 외국인 관광객이 45%인 120만여 명에 달한다. 운영 첫해인 2020년 10만명에 불과했지만 매년 이용객이 늘어나는 중이다. 인기 비결은 해운대와 송정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멋진 바다 풍광을 감상하며 달리는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덕분이다.
해운대블루라인파크는 미포정거장~달맞이터널~청사포정거장~다릿돌전망대~구덕포~송정정거장 등 6개 정거장 4.8㎞를 오가는 해운대해변열차와 미포정거장~청사포정거장을 오가는 스카이캡슐이 운행 중이다. 해운대해변열차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2022년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2021년에는 이탈리아 도시 브랜드 어워드 빛의 풍경 부문에서 ‘관광경관상’ 등을 수상했다.
이처럼 폐선이 지역 경제 효자 노릇을 하자 국가철도공단도 ‘철도 유휴부지 활용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철도공단이 폐선 용지와 교량 하부 등 국가 소유 철도 유휴용지 활용을 희망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제안을 검토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 공모 대상지는 경전선과 전라선, 동해남부선, 중앙선 등 주요 철도 유휴용지다. 철도공단은 오는 6월까지 지자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해 8월 중 평가한 뒤 9월에 참여 지자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공모 사업에 선정된 지자체는 최장 20년간 철도 유휴용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미사용 철도 유휴용지는 지역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며 “많은 지자체가 관심을 갖고 응모해달라”고 당부했다.
포항 우성덕 기자·부산 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