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의 '투자 보따리' 기다리는 트럼프

5 hours ago 2

트럼프 대통령이 선포한 ‘상호관세’ 시행일(4월2일)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상대국의 무역 장벽만큼 미국도 ‘이에는 이, 눈에 눈’으로 대응하여 무역을 통한 미국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3월 4일 강행될 예정이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추가 관세 조치는 다시 한달 정도가 유예된다는 소식이다. 결국 4월은 무역협정으로 맺어진 경제동맹국이나 비동맹국 모두에게 똑같이 관세 조치가 시행되는 시한이 되어 버렸다.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3월 4일 밤 진행된 의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명을 하나 하나 거론하며 불공정, 불균형 무역문제를 지적하였다. 이후 이제는 미국에 대한 ‘투자’가 핵심임을 강조했다. 결국 무역동맹국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고 그곳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누명을 쓴 죄수가 되어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다. 경제학 게임이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론으로, 죄수들이 협력할 경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할수 있지만, 서로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게까지 과실을 묻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또는 기업들은 딜레마 극복을 위해 어떤 대응책 마련해야 하는 것일까. 다음 사항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트럼프 정부 논리를 반박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다. 1기 집권시 다양한 협회나 학술기관에서는 무역상대국과 보복관세 싸움이 계속 이어질 경우, 혹은 자동차, 철강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25%가 추가될 경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산출하여 정부를 설득하였다. 한국은 대미 무역불균형에 대하여 미국의 경우 서비스 수지 흑자를 지속하여 경상수지 적자를 대폭 감소하였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트럼프가 언급하는 수치나 논리에 대한 반박은 아무런 소용없었다. 그저 투자계획을 제시하는것만이 피해를 막을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나 다름없었다. 동맹국들이 어떤 투자 보따리를 풀어 놓느냐가 남은 한달간의 숙제이다.

둘째, 경쟁관계에 있는 국가간 또는 기업간 협의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기업이 대만이나 네덜란드 기업과 전략을 공유할 수는 없으며,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가 도요타 또는 폭스바겐과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교환할 수 없다. 상대의 계획을 알 수 있다면, 거기에 몇가지 계획만을 추가해도 이기는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의 경우 3대 핵심산업인 반도체, 전기 자동차, 배터리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바, 산업간 협력하여 미국에 경제 공조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미국에게 필요한 인공지능(AI)과 조선산업도 힘을 합쳐볼 만하다. 일개 기업 대신 다수의 기업이 투자액수와 고용창출 규모 합산하여 미측에 제시할 경우,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줄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2기 무역 조치는 매우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집권 4년동안 1기 집권시 부족했던 부분을 모두 보강하여 철저하게 준비해 온 것은 2기 집권후 정책 추진 속도만 봐도 알수 있다.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즉각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 (IEEPA)을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사용하였으며, 철강의 경우 1기시 국내절차를 완료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하여 짧은 시간내에 관세 재부과를 강행하고 있다. 4월 상호 대응 조치가 연기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며, 기업들이 준비해왔던 투자 계획 발표가 있다면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트럼프 2기 무역정책의 특징은 관세와 비관세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 문제는 없으나, 비관세 부분에서 미국이 주장하는 ‘불공정’ 무역에 걸리는 사항들이 다수 존재한다. 미 정부는 비관세장벽에 대한 조치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게재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의견서 제출을 요청한 관보를 보면 미국기업 해외진출시 상대국 비관세 장벽이 미치는 피해나 비용을 수치화하여 제출 하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달러 피해액을 제시하고 어떻게 그 금액을 산출했는지도 명시하도록 안내했다.

한국을 포함하여 4월 시행되는 관세 조치를 막을 수 있는 국가는 없다. 준비해 놓은 투자 카드가 있다면 신속하게 제시하여 관세 조치를 최대한 경감해야 할 것이다. 이미 투자 발표를 시작하라는 출발 신호는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연설을 통해 애플 (5000억달러), 대만 TSMC (1650억달러), 일본 혼다 자동차의 투자계획 등을 본인의 성과로 벌써 홍보하기 시작했다. 공식적인 신호나 마찬가지다.

정연집 액세스파트너스 선임자문위원

정연집 액세스파트너스 선임자문위원

정연집 미국 액세스파트너스 선임자문위원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