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아닌 부패를 차단하라” 시위 앞장선 네팔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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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명 항의-의회 난입 시도도
“경찰 실탄 발포” 최소 19명 숨져
정부, SNS 차단 철회… 총리 사임

네팔 반정부 시위 격화… 불타는 의사당
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총리실 겸 의회 청사가 시위로 불타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네팔 정부의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이날 K 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정부의 소셜미디어 금지령도 철회됐다. 네팔=AP 뉴시스

네팔 반정부 시위 격화… 불타는 의사당 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총리실 겸 의회 청사가 시위로 불타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네팔 정부의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자, 이날 K P 샤르마 올리 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정부의 소셜미디어 금지령도 철회됐다. 네팔=AP 뉴시스
“소셜미디어가 아닌 ‘부패’를 차단하라.”

8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정부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접속 차단에 항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최소 19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위 사망자가 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자, 네팔 정부는 9일 소셜미디어 차단 조치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시위 확산에 대한 책임을 지고 K P 샤르마 올리 총리도 사임했다. 네팔 정부가 적극적인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 등에 대한 반발이 커 시위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번 시위는 10, 20대 청년들이 주축을 이뤄 ‘Z세대의 시위’로 불린다. 국제 비영리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네팔 정부는 시위가 부패, 족벌주의 등을 지켜보는 젊은이들의 깊은 좌절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시위대 향해 경찰 실탄 발포”

로이터에 따르면 8일 카트만두의 의회 청사 주변으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경찰이 쳐 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의회 난입을 시도했으며, 구급차에 불을 질렀다. 경찰은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을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시위가 거칠어지자 네팔 당국은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 병력을 투입했다. 카트만두 시위는 이날 밤늦게 진정됐지만 네팔 남동부 비라트나가르, 서부 포카라 등 다른 지역으로 시위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현지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시위 참가자는 인도 ANI통신에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발포했고, 나를 비켜 간 총알이 내 뒤에 있던 친구의 손을 맞혔다”고 말했다. 네팔 당국은 이번 시위로 최소 19명이 숨지고, 경찰관 28명 등 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앞서 4일 네팔 정부는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대한 접속을 무더기로 차단했다. 전날인 3일까지 당국에 등록하고, 규제 책임자 등을 지정하라는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 정부 부패, 대규모 시위 촉발

네팔은 인구 3000만 명 중 90%가 인터넷을 사용한다. 정부의 접속 차단 조치에 소셜미디어 사용이 잦은 젊은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시위대 대다수는 10, 20대로 일부는 교복을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네팔 국민들은 올리 총리가 이끄는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네팔회의당(NC) 좌파 연립정부가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경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크다. 시민들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고위층 가족들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인들을 비교하는 영상을 이번 접속 차단 대상에서 제외된 틱톡 등에 올렸다.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 하루 만인 9일 네팔 정부 대변인인 프리트비 수바 구룽 통신정보기술장관은 “소셜미디어 차단을 철회해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리 총리도 8일 밤 성명을 통해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앞으로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15일 내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조치에도 시위가 잦아들 조짐이 보이지 않자, 올리 총리는 진상 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 만인 9일 사임키로 했다. 올리 총리는 람 찬드라 푸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위기에 대한 헌법적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네팔은 총리가 행정수반으로 실권을 지닌다. 올리 총리는 지난해 7월 네 번째 총리직을 맡았으나, 1년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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