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만과 E-1 챔피언십 여자부 최종전에서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의지를 다지고 있다. 수원|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상황이 급변했다. 우승이 멀게만 보였던 여자축구대표팀이 정상에 성큼 다가섰다. 갑작스러운 ‘우승 결정전’이 마련되자, 선수들뿐 아니라 관계자들도 분주해졌다.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여자부 마지막 경기인 한국과 대만의 맞대결은 단순한 한 경기를 넘어 ‘우승 결정전’으로 급부상했다. 일본과 중국이 앞선 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면서, 한국이 대만을 이기기만 하면 20년 만의 정상 탈환이라는 극적인 시나리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이 승리하면 일본, 중국과 모두 1승2무(승점 5)로 동률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승점이 같을 경우, 동률 팀 간 경기 결과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헤드 투 헤드(Head-to-Head)’ 방식을 적용한다. 따라서 대만전 결과는 배제되고, 한국-일본(1-1), 한국-중국(2-2), 일본-중국(0-0) 세 경기만 고려된다. 이 경우 골득실은 세 팀 모두 0으로 같고, 다득점에서 한국이 3골로 가장 앞서 일본(1골), 중국(2골)을 제치고 우승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은 경기 전부터 들끓었다. 현장 취재진과 대회 관계자들은 갑작스럽게 복잡해진 순위 계산법을 두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중국, 대만 기자들은 서로 규정을 확인하며 ‘이 경우 한국이 우승이 맞느냐’를 두고 토론했고, 대회 주최측은 ‘헤드 투 헤드’ 방식이라는 규정을 영어로 설명하느라 바빴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는 “이 같은 ‘헤드 투 헤드’ 방식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대회에서도 흔히 사용된다”고 귀띔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승점 동률인 팀들끼리 전적의 득실차까지 같은 경우는 드물다.
선수들의 집중력도 경기 전부터 최고조였다. 킥오프 직전, 대표팀 선수들은 벤치 앞에서 둥글게 모여 마지막 결의를 다졌다. 신상우 감독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주장 이금민(브라이턴)의 “파이팅”이 경기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누구보다 간절한 이들은 바로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었다. 한국이 대만을 꺾는다면 2005년 초대 대회 이후 2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수원|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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