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는 불혹의 나이에도 팀의 확고한 주전포수로 활약 중이다. 그의 뒤를 이어야 할 젊은 포수들을 자극하며 성장을 촉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7일 대구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강민호.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벽이 높다고? 그런 말을 할 게 아니라 나를 뛰어넘으려고 해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40)는 KBO리그 통산 2500경기 출장을 눈앞에 둔 베테랑이다. 10일까지 무려 2482경기에 나섰다. 데뷔 첫해였던 2004년부터 한 시즌도 거르지 않은 데다 우리 나이로 불혹이 넘은 지금까지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그야말로 살아 움직이는 교과서다.
그의 위치는 확고한 주전포수다. 포수는 기록으로 나타나는 성적뿐 아니라 투수 리드, 야수의 수비 위치 조정, 중계플레이 등 신경 써야 할 디테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만큼 체력 부담이 가장 큰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강민호는 꾸준히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또 스트라이크(S)존의 조정,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 등 포수의 능력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고 연구한 것도 그가 지금까지 리그 최정상급 포수로 인정받는 비결이다. 역대 KBO리그 포수 중 유일하게 350홈런 고지를 밟았을 정도로 공격력도 막강하다.
강민호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까닭에 삼성의 고민도 크다. 강민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여전히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감독 입장에서도 좋은 포수와 함께하는 것은 행운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강민호와 함께할 수 있다면 굉장히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강민호는 “친정팀(롯데 자이언츠)으로 돌아갈 수도, 삼성에서 뛰다가 은퇴할 수도 있다. 어떻게 될지는 나중에 결정되지 않겠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강민호가 삼성의 후배 포수들을 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강민호가 은퇴, 이적 등으로 삼성을 떠나면 김재성, 이병헌, 김도환 등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당장 확실한 대체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삼성 구단의 고민이기도 하다.
강민호는 “후배들이 하게 마음먹고 뛰었으면 좋겠다”며 하나의 일화를 들려줬다. “후배 포수들과 대화를 하면서 ‘내가 언제까지 경기에 나가야 하냐’고 물어봤다. ‘형(강민호)의 벽은 너무 높아요’라고 말하더라. 그런 말을 할 게 아니라 본인들이 나를 뛰어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도 경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 강민호는 “물론 나 역시 순순히 자리를 물려줄 생각은 없다”며 “아직 경쟁력이 있으니 그만큼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뛴 것이다. 후배들이 더 독기를 품어야 한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욕심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배 포수들에게는 피와 살이 되는,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조언이었다.
삼성 강민호는 불혹의 나이에도 팀의 확고한 주전포수로 활약 중이다. 그의 뒤를 이어야 할 젊은 포수들을 자극하며 성장을 촉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7일 대구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강민호.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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