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가 다시 보게 된 튀르키예…"군사·방산 가치 부상"

1 week ago 5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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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토 관여 축소 가능성이 튀르키예의 군사·외교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때 동맹의 ‘문제 국가’로 취급받던 튀르키예가 대규모 병력과 방산 생산 능력, 러시아와의 소통 채널을 앞세워 나토 재편의 핵심 국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주 수도 앙카라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자국의 강대국 위상을 과시하는 무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유럽의 새로운 안보·위협 환경에 비춰 튀르키예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각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튀르키예는 나토 내부에서 거친 행보로 비판받았다. 신규 가입국의 동맹 합류 절차를 지연시켰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불렀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해 우려했다. .

상황을 바꾼 것은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다. 미국이 나토에서 역할을 줄이거나 동맹에서 완전히 이탈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유럽 회원국들의 불안을 키웠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더라도 미국이 병력을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유럽은 무기 생산과 병력 확보 능력을 다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에르도안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개최하는 행사가 아니었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은 튀르키예에 "F-35 전투기를 판매하고 싶다"는 입장도 밝혔다. 튀르키예는 2019년 러시아산 S-400 방공체계를 도입한 뒤 F-35 구매에서 배제됐다.

튀르키예는 1952년 나토에 가입했지만 동맹국들과의 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러시아산 S-400 도입으로 주요 적대국과 지나치게 가까워졌다는 의심을 받았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계속 구매했다. 튀르키예는 반대로 서방 동맹국들이 자국의 안보 우려를 외면하고 방산 협력을 제한했으며, 유럽·아시아·중동 사이에 놓인 지리적 압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튀르키예의 폭넓은 외교 관계가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튀르키예는 동서양 주요국뿐 아니라 발칸반도, 아프리카, 중동에 걸쳐 외교망을 구축했고 이를 여러 위기의 중재에 활용했다. 2024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는 데 관여했고, 가자전쟁 종전 협상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관계를 활용했다.

튀르키예는 이란 전쟁 중 이란 미사일의 반복적인 표적이 되면서도 현지 접촉망을 유지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고위 당국자 모두와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존 배스 전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유용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적 비중도 크다. 튀르키예는 미국에 이어 나토에서 두 번째로 큰 육군을 보유하고 있다. 흑해로 연결되는 해상 통로를 통제한다. 나토 남부 전선의 상당 부분도 튀르키예가 담당한다. 미국의 역할이 축소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과 러시아 억지력, 동맹 자체 방어를 위한 병력·군수 기반에서 튀르키예의 비중은 더 커질 수 있다.

방위산업은 튀르키예의 또 다른 강점이다. 튀르키예 방산업계는 지난해 드론과 포탄 등을 포함해 100억달러가 넘는 수출을 기록했다. 튀르키예 기업들은 서방 방산업체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무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튀르키예산 무기 가운데 상당수는 실전 경험도 갖고 있다. 튀르키예 국내의 쿠르드 무장세력 대응 작전과 우크라이나, 코카서스, 중동 전장에서 사용됐다.

다만 튀르키예와 일부 나토 회원국 사이의 신뢰는 여전히 낮다. 정치적 갈등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민주주의 의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럽 방위력 강화 사업에서 배제되는 데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에르도안 정부의 국내 정치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이자 전 이스탄불 시장인 에크렘 이마모을루는 정치적 재판으로 널리 평가되는 사건에서 자신을 변호하며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NYT는 "나토 회원국 당국자들은 비공개로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등 나토 창설조약에 명시된 가치에 대한 튀르키예의 의지를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러시아의 위협과 자국 안보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공개적으로 이를 문제 삼는 국가는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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