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요를 키우는 대표 정책이 문화누리카드다. 올해 취약계층 270만 명에게 연 15만 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사용액의 60%가 도서에 편중되고 공연·전시 이용은 전체의 2%를 넘은 적이 없다. 시혜적 소비 보조에 머물러 향유가 취향으로, 취향이 창작시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끊겨 있다.
먼저 문화바우처를 시도한 유럽은 반면교사다. 프랑스 파스 퀼튀르는 연 2억6000만 유로를 쏟았으나 구매의 75%가 도서에 편중돼 지원금이 반토막 났고, 독일 쿨투어파스는 2년 만에 폐지 수순이다. 취향의 성장을 설계하지 않은 단순 현금성 지원과 창작시장과의 단절이 공통 패인이다.
기본사회를 지향하는 정부에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문화누리카드와 청년 문화예술패스를 생애주기별 ‘전 국민 문화기본계좌’로 단계적으로 통합해 문화기본권을 제도화하자. 대통령이 문화예술패스 확대를 지시한 지금이 적기다. 둘째, 공연·전시·지역 창작물에 쓸수록 크레디트를 얹어 주는 매칭 인센티브로 소비를 예술시장 확대로 직결시키자. 셋째, AI가 개인의 향유 데이터를 분석해 영화 관객에게 원작 연극을 제안하는 등의 ‘다음 단계의 예술 경험’을 추천하는 취향 성장 큐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하자.산업화 시대의 국가는 공장을 지었고, 문화강국 시대의 국가는 관객을 길러야 한다. 5000만 명의 취향이 세계 수준에 이를 때 그 눈높이를 통과한 창작만이 시장에 서고, K컬처의 다음 10년이 열린다. 문화 기본사회는 복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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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겸임교수(전 관악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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