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봉 한국배드민턴대표팀 감독(앞)이 남자복식 파트너 김문수와 함께 1991년 5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수디르만컵에 출전한 모습. 박 감독은 남자복식은 김문수, 혼합복식은 정명희 화순군청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한국의 우승에 앞장섰다. 사진출처|BWF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박주봉 한국배드민턴대표팀 감독(61)의 현역 시절을 조명했다. 과거 복식 세계최강자로서 명성을 떨친 박 감독은 1992바르셀로나올림픽(남자복식 금메달)과 1996애틀랜타올림픽(혼합복식 은메달)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숱한 메달을 따냈다.
BWF가 주목한 박 감독의 현역 시절 모습은 1991년 5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수디르만컵(세계혼합단체선수권) 결승이었다. 단체전 1경기에서 남녀·혼합복식과 남녀단식을 모두 치르는 이 대회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췄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4차례 우승(1991·1993·2003·2017년)을 달성하며 중국(13회)에 이은 최다 우승 2위에 올라있다.
당시 코펜하겐대회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만난 한국은 설욕이 절실했다. 1989년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원년 대회에서 박 감독을 비롯해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황혜영(성지여고 감독)-정소영(성심여고 감독), 1986서울아시안게임 남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성한국(전 한국대표팀 감독)과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정명희(화순군청 감독) 등 스타플레이어가 총 출동했지만 결승에서 홈팀 인도네시아에 패해 준우승에 그쳐서다.
인도네시아 멤버 역시 쟁쟁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복식 은메달리스트 에디 아르노토-루디 구나완과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수지 수산티 등 적지 않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포진했다.
BWF는 “한국은 198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원년 대회 결승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1매치 남자복식에서 박 감독이 김문수와 함께 아르노토-구나완을 세트스코어 2-1, 2매치 여자복식에서 황혜영-정소영이 베라와티 파즈린-얀티 쿠스미아티를 2-0으로 돌려세워 우승을 눈앞에 뒀다”며 “그러나 3매치 여자단식과 4매치 남자단식을 잇달아 내줬고, 결국 5매치 혼합복식에서 박주봉-정소영이 아르토노-파즈린에 0-2로 패해 분루를 삼켰다”고 전했다.
박주봉 한국배드민턴대표팀 감독(가운데)은 2004년부터 지난달까지 일본대표팀 감독을 맡아 현역 시절에 이어 지도자로서도 ‘복식 전문가’로 맹활약했다. 복식조 개편이 필요한 한국은 그의 가세에 희망을 건다. 사진출처|BWF
코펜하겐대회 전력은 자카르타대회보다 나았다.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이 가세했고, 남자단식에도 김학균(전 대표팀 감독)과 안재창(인천국제공항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모두 나설 수 있는 박 감독까지 건재해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예상대로였다. 한국은 코펜하겐대회 조별리그 1-B조에서 일본(5-0 승)과 덴마크(4-1 승)를 잇달아 꺾고, 준결승에서도 중국에 3-2 신승을 거둬 결승에 올랐다. 이번 결승 상대 역시 인도네시아였는데,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단식 은메달리스트 아디 위라나타까지 가세해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엔 박 감독이 있었다. 박 감독은 정명희와 1매치 혼합복식에서 구나완-에마 술리스티아닝시를 2-0으로 돌려세웠고, 매치스코어 2-2로 맞선 5매치 남자복식에서도 김문수와 함께 아르노토-구나완에 2-0 완승을 거두며 한국에 사상 첫 수디르만컵 우승을 안겼다.
BWF는 “코펜하겐대회에서 박 감독은 정명희와 함께 한국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을 위해 헌신했다. 자카르타대회에선 최종 5매치 당시 힘겨운 모습을 보였지만, 코펜하겐에선 달랐다”고 호평을 내렸다.
한편, 박 감독의 한국사령탑 데뷔 무대는 공교롭게도 이달 27일 중국 샤먼에서 열릴 수디르만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관계자는 “아직 박 감독님이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 들어오지 않으셨다. 수디르만컵 직전에 입촌하셔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신 뒤, 중국으로 출국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지난달까지 일본대표팀을 맡아 ‘복식 전문가’로 호평받은 박 감독의 선임으로 한국은 과제인 복식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