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예상대로 근원CPI가 한 달사이 0.3%p 오르면서 6개월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예상을 넘지는 않은 수준으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 날 헤드라인 CPI는 예상치와 일치한 0.2%p 올라 연율로 2.7%를 기록했다. 식료품 가격이 0.1% 하락하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가격이 1.1% 대폭 하락한 영향이 컸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2.2% 하락했다.
그러나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CPI는 한달간 0.3%p 올랐다. 3.1%의 핵심 CPI는 올해 2월 이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 달의 핵심 CPI는 연율로 2.9%였다.
7월에 핵심 물가의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것은 서비스 가격이었다. 항공료는 이 달 4% 상승하며 3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치과 서비스도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의료 서비스 또한 2022년 9월 이후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관세 영향은 상품에 따라 엇갈리게 나타났다. 수입 비중이 높은 가구와 침구류는 한달 사이 0.9% 상승했지만 가전제품 가격은 0.9% 하락했다. 의류는 소폭 상승했고 비디오 및 오디오 제품은 0.8% 올랐다. 신차 가격은 이번 달 보합세를 보였지만 경제학자들은 가을에 신차가 출시되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가 예상과 대체로 일치하고, 연준이 다음 달 금리 인하를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유지함에 따라 뉴욕 증시 주식과 국채가 상승했다.
뉴욕 시간으로 오전 9시 15분 기준 S&P 500 선물은 0.4% 상승했고,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3bp 하락한 3.74%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하락했다.
한편 이 날 노통통계국(BLS)이 발표한 물가 보고서는 보고서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발표됐다.
트럼프 정부가 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공공 근로자를 대량 해고하면서 뉴욕, 유타, 네브라스카 일부 지역에서 CPI 일부 항목에 대한 데이터 수집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 모두에서 수년간 BLS에 대한 자금 부족을 지적해왔다.
이 같은 우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BLS 수장인 에리카 맥엔타퍼를 해고하면서 더 커졌다. 7월의 전미고용보고서에서 일자리 증가율이 정체되고 5월과 6월의 고용 수치를 급격히 하향 조정한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보스턴 칼리지 경제학 교수 브라이언 베튠은 "이건 명백한 데이터 테러리즘”이라며 "데이터에 더 많은 노이즈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일 때마다 그들은 BLS에서 또 다른 사람을 해고할 것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앞으로 정부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날 헤리티지 재단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BLS 비판론자였던 EJ 앤토니를 신임 국장에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캠페인인 MAGA 지지파로 알려진 EJ 앤토니에 대해서는 당파성이 강하다는 비판도 많다.
로이터에 따르면, 글렌미드의 투자 전략 및 연구 책임자인 제이슨 프라이드는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6월 CPI 데이터를 기준으로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관세 부담의 약 3분의 1을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