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K약국 독자 여러분. 지난 밤 꿀잠 주무셨나요?
저의 질문을 별 생각 없이 지나치셨다면 여러분은 행복한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해에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70만명에 달합니다. 성인 3명 중 1명은 평생 살면서 한 번이라도 불면증을 경험해본 적이 있죠. 그러니 어젯밤 꿀잠을 주무셨다면 아주 행복한 사람이 맞습니다.
갑자기 꿀잠 이야기는 왜 하나 싶으신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오늘의 주제가 바로 불면증, 수면장애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불면증으로 고통 받았다는 호소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외국의 한 유명 배우는 불면증의 고통을 전하며 “3톤 짜리 고릴라에 깔린 느낌이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불면증으로 인해 한 가지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예정된 공연도 하차하게 됐죠.
불면증을 겪는 경우에도 물론 약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수면제보다는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수면유도제의 경우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후기가 적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떤 약을, 어떻게, 얼마나 복용해야 꿀잠에 다가갈 수 있을까요.
수면유도제, 효과는 아쉽다는데...
수면유도제는 일반적으로 1세대 항히스타민 계열의 성분을 주 성분으로 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항히스타민제는 알러지약으로 자주 활용되는데요. 복용시 졸음이 오는 부작용을 약으로 활용한 사례입니다.
현재 국내 수면유도제는 항히스타민 성분 중에서도 디펜히드라민과 독시라민(독실아민) 등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디펜히드라민 성분의 제품으로는 한미약품 ‘슬리펠정’, GC녹십자 ‘쿨드림연질캡슐’ 등이 있고, 독시라민 성분 제품에는 알리코제약의 ‘아론정’, 지엘파마 ‘스메르정’ 등이 꼽힙니다.
두 성분의 수면 유도 효과는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약효 지속 시간에 영향을 주는 반감기는 독시라민이 디펜히드라민보다 길어요. 이 때문에 독시라민은 평균 8시간까지 수면 유지가 가능하고, 디펜히드라민은 6시간 정도 약효가 지속됩니다.
다만 항히스타민제는 안구 및 구강 건조, 변비, 배뇨 곤란, 빈맥 등 부작용이 있는 만큼 복용에 유의해야 합니다.
수면유도제 가운데 항히스타민 성분이 아닌 생약 제제류의 제품도 있는데요. 쥐오줌풀의 뿌리인 ‘길초근’이나 맥주의 원료인 홉의 암꽃 ‘호프’가 대표적입니다.
길초근은 뇌 활성을 감소시키는 GABA 대사체의 분해를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경과민이나 불안, 스트레스 등 흥분을 억제하고 진정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주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만큼 급성 불면증에는 적합하지지 않습니다.
호프는 최면 진정 작용을 하는 메틸부탄올을 생성해 불면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보통 길초근과 복합제로 사용되죠. 광동제약 ‘레돌민’이 대표적인 길초근+호프 복합제이고요.
수면유도제가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후기는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일반의약품인 수면유도제는 전문의약품인 수면제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효과도 덜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면유도제의 효과가 약하다고 권장 용량 이상을 복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내성 문제로 효과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부작용 우려도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효과 좋은 전문의약품…부작용·의존성 주의해야
이번엔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수면제’입니다. 수면제는 주로 비벤조디아제핀계와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로 구분됩니다. 모두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수면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수면장애에 효과적이고 특히 불안 감소 효과가 있어 단기 불면증이나 급성 불안 환자에게 사용됩니다. 총 수면시간을 늘려주기 때문에 단기치료에 효과적입니다. 졸음, 어지러움,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데요. 특히 고령층에게서 부작용 위험이 크고 장기 복용시 인지기능 저하 우려가 있습니다.
비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은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수면제입니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에 비해 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 강점이죠. 다만 장기간 복용시에는 약물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잘 알려진 ‘졸피뎀’이 바로 비벤조디아제핀계 성분입니다.
이들 두 약물은 모두 의존성과 일으킬 수 있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엄격하게 취급 및 관리되고 있습니다. 장기복용 시 의존성 우려가 있어 약물에 따라 3~4주 이상의 지속적인 사용도 권고되지 않습니다.
이외에 멜라토닌 수용체 작용제도 있습니다. 멜라토닌의 작용을 모방해 수면 리듬 조절을 돕는 방식인데요. 해외에서는 일반의약품 등으로 비교적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처방전 없이 해외에서 직구하는 것도 물론 불법이고요.
사실 수면제는 과도한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은 약물 중 하나인데요. 실제 수면제의 경우 부작용은 물론 의존성 우려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문가의 처방 범위 안에서 용법을 지켜 복용할 경우 충분히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처방에 따라 약물 용량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요.
다만 수면제를 복용할 때 술과 함께 복용하는 일은 절대 금지됩니다. 알코올은 수면제 효과를 낮추고, 의존성은 높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알코올과 수면제가 결합되면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강하게 나타나 부작용을 배가시킵니다.